![[오늘의 DT인] "다시 인도 붐…만두를 팔아보면 어때요?" 맹현철 교수](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602102163066001[1].jpg "[오늘의 DT인] \"다시 인도 붐…만두를 팔아보면 어때요?\" 맹현철 교수")
"모디 총리의 방미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은 인도 붐을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2022~2023 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7%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3%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다. 인도 경제는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오랜 봉쇄정책으로 인해 크게 둔화됐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정확한 장기 전망은 어렵겠지만,단기적으로 인도 경제는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 붐은 대외적 요인과 내부 요인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빚어진 결과였단다. 맹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기존의 세계경제를 지탱하던 글로벌 공급사슬이 취약해졌다. 미중 갈등으로 공급사슬은 이전으로 회기하기 보다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안으로 등장한 대표적 국가가 인도다.
내부의 요인도 컸다. 모디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우리 주민등록에 해당하는 아다카드 등록,국민 계좌 만들기 정책을 시행했다. 그리고 주민등록과 계좌개설을 연결해 다수의 국민이 본인의 이름으로 계좌를 가지게 만들었다. 금융실명제가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 국민들이 온라인으로 상거래를 할 수 있는 기초를 구축했다.이 기초 위에서 UPI(Unified Payment Interface)를 도입, 모바일 금융거래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온-오프라인 경제활동을 촉진했으며,특히 민간분야의 소비를 크게 늘렸다. 또한 인도 정부는 인프라 건설로 대표되는 자본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정부가 주도한 자본 투자에 민간이 합세하면서 인프라 건설 중심으로 투자가 살아난 것 역시 주요한 경제성장 요인이다.
주목받는 젊은 인도 전문가 맹 교수도 처음부터 인도에서 살며 현지 전문가가 되길 원한 것은 아니었다. "마케팅학 전공내 세부 전공인 게임이론응용은 소수 명문대 위주로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인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유학이 매우 어려웠어요. 홍콩과기대 박사과정에 입학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른 전공으로 바꿔 연구를 이어가야 했을 정도죠. 그 때 소비자심리학 분야 인도인 교수 지도를 받게 됐고, 지금의 대학에서 제안을 받아 2018년 인도에 왔습니다."
차선이었지만 새로운 길이었다. 전공인 마케팅에서 범위를 넓혀 경영·경제 분야에서 한국인 인도 전문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지만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와 같은 독특한 문화가 존재한다. "예컨대 교내에서 교수는 브라만이다. 원래 브라만이 종교뿐 아니라 학문과 교육을 담당하는 계층이기도 하고,교내에서 계층 피라미드 최상위에는 교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 나를 본 사람들은 동아시아인이 내가 교수일거라는 생각안하고 하대하다가 교수 신분을 알게 되면 180도 태도를 바꾸기도 한다. 교문에서 '야!너 뭐야!학생증 꺼내!' 하던 학교 경비직원이 교수란 걸 밝히면 거수 경례를 하면서 '교수님 오셨습니까!!' 라며 얼어 붙는 등의 일들 말이다."
처음 만난 사람의 계급을 알아보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상대에게 친절하게 예의를 갖춰서 대하면,존대가 아닌 하대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의 호의를 '당신은 나보다 위에 있습니다'라는 신호로 받아 들인 것이다. 때로는 내가 무례하게 굴 때 상대가 나에게 예의를 보이는 경우도 종종 경험했다.
인도의 교육열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인도 교육 경쟁에서 살아남은 명문대학생들은 '공부하는 기계'다. 인도에서 경영학석사(MBA)의 인기는 매우 높고,IIIMB는 인도를 대표하는 경영대학원이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온다. 수업 내용을 다 받아 적는 학생들도 있다. 하루는 한 학생이 "교수님 이 대목이 이해가 안 됩니다"라며 내가 한 말을 받아 적은 노트를 보여줬다. 그 건 내가 웃기기에 실패한 농담이었다."
현재 인도 대도시에서 K-문화,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역사적으로 인도는 미국보다는 구소련과 더 가까웠다. 남한보다는 북한이 더 친숙한 인도인들이 아직도 있다. 5년 전만 해도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이 반짝 인기를 누리기는 했지만 단발에 그쳤다. 그 당시 보고서들을 보면 인도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전망을 뒤집은 것이 BTS와 블랙핑크가 이끌고 나간 K-팝이다. 코로나 시기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오징어게임' 등 메가 히트 K-콘텐츠 상품이 자리잡게 됐다. 한가지 명심할 건 한국 문화 유행이 동아시아나 동남아 국가와 비교하면 느리다는 점이다. 한국 콘텐츠에 이은 한국 뷰티와 패션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시작됐다. 인도는 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속도는 빠르지 않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모호한 규정으로 발생하는 법적·제도적 어려움, 인도 공공기관을 상대하는 데 따른 어려움, 인적자원 관리의 어려움 등을 토로한다. 인도의 규정은 명확하지 않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특히 해석의 여지를 둔 규정이 많기 때문에 관할 공무원에 따라서 위법과 합법이 결정되기도 한다. 때로는 편의상 넘어간 작은 위법으로 인해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성공적인 인도 비즈니스를 위해서 행정기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대관업무를 말하죠. 어느 행정기관의 어떤 담당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가가 실질적인 문제가 돼요. 중앙정부 관료와 가깝게 지낼 것인가, 혹은 주정부 관료와 더 가깝게 지낼 것인가. 예를 들면 현재 인도중앙정부 여당은 인도인민당인데 벵갈루루가 속한 카르나타카주의 여당은 인도국민회의거든요. 인도국민회의가 좋아할 일인데 인도인민당은 싫어할 일이라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고민 말입니다."
이럴 때 지식관리기법이 문제 해결법이 될 수 있다. 규정에 대한 행정담당자의 해석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이 해석에 대한 경험을 기록하고 축적해 공유하는 방법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맹 교수는 "한국과 비교하면 인도인들의 이력서는 과장이 심하다. 과장으로 볼 수도 있고, 본인을 너그럽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엑셀을 얼마나 잘 사용해야 이력서에 엑셀활용능력 상급을 기재할 수 있을까? 인도의 경우 엑셀 파일을 열고 닫을 수만 있어도 '엑셀을 할 줄 안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맹 교수는 "인도노동시장의 문제점 중 하나가 여성의 노동시장참여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인도 기업은 우수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1990년대 한국처럼 대기업을 중심으로 우수한 여성인력을 채용하려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고 고소득 여성이 늘어나면 하이엔드 패션의 수요가 증가한다. 또한 가사 시간이 줄어들면서 관련된 소비 패턴 역시 변하게 마련이다."
인도 기업이 잘못하는데 한국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우리의 강점 분야다. 모디 정부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꾸준하게 펴고 있다. 제조 장비 유지보수 서비스업,제조 시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제조업 분야 B2B 조달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인들과 한국에 갈 일이 있으면 다이소에 데리고 갑니다. 인도 현지 생필품이 비싸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한국 판매 가격과 품질 그대로 다이소가 인도에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맹 교수가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산업은 식품가공업이다.인도에선 밀키트,레포르트 파우치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 소득이 늘어나는 대신 요리할 시간은 부족하다. "우리나라 식품가공 기술은 매우 발달해 있다.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팔면 된다. 인도인의 입맛도 변해 육류 소비와 해산물 소비가 늘고 있다. 국내 식품가공업 중 인도 입맛에 맞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 것은 만두다. 인도인들도 만두를 좋아하는데 '모모'라 불리는 인도 만두는 인기가 대단하다. 피자 가장자리에 모모를 넣어 파는 제품도 있다.곁들여 먹는 소스만 잘 개발한다면 우리 기업의 채식만두,닭고기만두,새우만두 등은 인도에서도 인기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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