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휴대폰 카톡도 자제해달라"…대통령실, 기자단에 협조 요청
고위 관계자 "대한민국 국익 위해 지금부터 엠바고 철저히 지켜달라"
"대한민국 기자가 아닌 분은 나가주세요."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공지하기 위해 지난 14일(현지시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한 호텔에 차려진 프레스센터에 들어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기자단에 이같이 양해를 구했다.
또 "지금부터 노트북 사용과 휴대전화 카톡 연락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브리핑 내용을 노트북으로 기록하거나 외부로 연락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마치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실이 사전에 공지한 브리핑을 듣기 위해 준비하던 기자단은 일순 웅성거렸다. 브리핑 일정만 공지했을 뿐 내용은 알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자단 동의를 얻은 후 브리핑을 시작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2박을 더해야 한다"라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 아주 특별하게 지금부터 엠바고(보도 유예)를 풀 때까지 철저히 지켜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의 빈도로 통신을 하고, 국제전화 유선전화는 위험하고 국제문자도 위험하다"며 "우회적인 언어로 통신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절대로 사내에서도 보안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각별히 협조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지대를 통과할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이 유출되거나 해킹돼 보안상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당초 이날 오후 예정됐던 비행기 탑승도 취소돼 기자단은 본사에 일정 변경에 대한 보고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대통령실은 '순방 기간이 이틀 늘어났다'고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나마 극히 제한된 일부 라인에만 보고해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심지어 가족에게도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때문에 체류 기간이 늘어졌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 안전이 확보되는 10시간가량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에 남게 된 기자단은 윤 대통령의 방문 사실을 기사화하는 것은 물론 주변에도 알리지 못한 채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숨죽이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이르핀 민가 폭격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이르핀 민가 폭격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