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홍범도 소련공산당 불가피…당시 시대서 봐야" 흉상 이전 거듭 반대
"철지난 공산주의 이념전쟁은 구소련 해체로 끝나…싸울 건 친북좌파"
대선후보·野대표 땐 "무상복지? 공산 배급제" "文 공산주의자냐" 등 공세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9일 "철 지난 해묵은 공산주의 이념전쟁은 구소련(구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면서 끝난 거 아니냐"며 "한국사회에서 이념전쟁이라면 우파-좌파, 보수-진보의 갈등과 대립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지난 8·15 기념사 당시)을 겨냥하는 등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을 상기시킨 것에 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30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홍준표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홍범도 장군을 존경하는 건 항일독립전쟁의 영웅이었기 때문이지, '불가피했던 소련공산당원 홍범도'는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영내 2018년 5인의 독립전쟁영웅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설치된 '홍범도 흉상'을 대통령실과 국방부에서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그는 지난달부터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운다"며 "반(反)역사이자 매카시즘"이라고 빗댄 바 있다.
국방부의 흉상 이전 추진 사실이 알려진 뒤 보수여권 내에선 홍범도 장군에 대해, 1921년 소련 적군(赤軍) 공격 만주 한인독립군이 희생된 자유시참변 가담 의혹과 이후 레닌으로부터 포상 및 소련군 편입 등 지적이 나왔다. 홍 시장은 이날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당시 시대정신을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100년·200년 지난 현재의 시대상황을 기준으로 평가 해선 안된다. 한반도 동쪽 한 귀퉁이의 신라가 외세인 당나라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한 역사적 사실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온당했던 일이냐"며 "고구려가 통일했다면 지금 우리의 영토가 한반도로 쪼그려 들었겠나. 그러나 그건 아니잖나"라고 예를 들었다.
그는 "당시는 삼국이 서로 적국 이였고 동족이라는 개념이 있었나"라며 공산주의 이념 논쟁 역시 '해묵은', '끝난' 일이라고 규정했다. 홍 장군 정체성 문제제기를 거부하는 입장에서 "지금 지구상에 공산주의 국가는 없지 않나. 전체주의 독재국가만 있을 뿐인데 그걸 공산주의로 포장하는 건 아무래도 아니다"고도 했다.
홍 시장은 뒤이은 글로 이념논쟁에 관한 지론을 폈다. 그는 "우파는 자유를, 좌파는 평등을 중심개념으로 하나 그게 보수·진보와 바로 연결 되진 않는다. 보수에서도 좌파적 보수가 있고 진보에서도 우파적 진보가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보수우파, 민주당은 진보좌파를 표방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한국사회에 좌-우, 보수-진보 논쟁에 불붙인 분은 노무현 전대통령이지만 진보좌파를 친북좌파로 둔갑시킨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며 "지금 한국사회의 가장 큰 사상 문제는 친북좌파가 진보로 행세 하면서 국민들은 현혹하고 있는 거다. 우리가 지금 사상투쟁을 해야 한다면 바로 이런 사이비 친북좌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북좌파'와, 존재를 부정한 공산주의(자) 간의 차이점을 설명하진 않았다. 해당 글에서 문 전 대통령을 '친북좌파'로 한정하기도 했지만, 홍 시장은 불과 5~6년 전인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와 대선 직후 당대표 시절 '공산주의'와 '빨갱이'를 겨냥한 발언으로 논란 중심에 섰었다.
지난 2018년 4월25일 홍준표(가운데)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메인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19건의 선거로고송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홍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인 2017년 2월23일 경남도지사로서 한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좌파에서 이야기하는 보편적 복지는 공산주의 치하에 배급제도"라고 일침한 바 있다. 조기 대선 확정 후, 출마선언 직전인 3월15일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좌파들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는 공산주의 배급 제도"라며 '선택적 복지'를 강조했다.
대선후보가 된 뒤 홍 시장은 유세 기회마다 '무상 공산주의식 복지'를 비판했다. 나아가 "집권하면 가장 먼저 종북좌파를 반드시 때려잡을 것"이라고 공언한 계기도 있었다. 문 전 대통령 자서전 '운명'에, 월남전 미국 패배-월남 패망을 예견한 리영희씨 논문을 읽고 "진실의 승리"라며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다"고 쓴 대목을 공격하면서다.
2017년 4월25일 JTBC 주관 대선 TV토론에서 홍 시장은 "문 후보가 쓴 책 132면"을 거론 "리영희 선생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 3부를 인용해 기재됐다"며 "우리 장병들이 (베트남에서) 5000명이나 죽었는데 월남 패배와 미국의 패배에 대해 희열을 느꼈다고 썼다. 공산주의가 승리한 것인데 희열을 느꼈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그 닷새 뒤 홍 시장은 인천 거점유세에서 "문 후보, 월남이 패망하고 미국이 패전할 때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그 당시에 베트콩은 공산주의자였다. 그런 공산주의자가 민주주의를 이겼을 때 희열을 느꼈다고 자기 책에 썼는데 정상이냐"며 "문 후보에게 당신은 공산주의냐고 물으니 여러 가지 변명을 한다"고도 했었다.
한국당 대표 시절 홍 시장은 2018년 1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킬 때도 무상복지를 "공산주의에서 하는 배급정책"이라고 비판했다. 2018년 5월2일 경남 창원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 땐 민중당(진보당 개명 전) 당원들이 '남북정상회담 막말 규탄' 시위를 벌이자 "어어, 창원에 여기는 빨갱이,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해 논란이 된 일도 있었다.
그 일주일 뒤 경기도 결의대회에선 "통진당 공산주의 정당과 해산된 그 통진당의 후예(민중당)란 사람들이 또 몰려서 행사마다 쫓아 다니면서 홍준표 욕을 한다"고 했다. 홍 시장은 그해 지방선거 첫 슬로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공개할 땐 "문재인 정권은 주사파·참여연대·전교조·민노총 4집단만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고 했었다.
이외에도 홍 시장은 2018년 4월3일 제주 4·3사건 추념식 행사에 앞선 페이스북 글에서 "건국 과정에서 김달삼을 중심으로 한 남로당 좌익 폭동에 희생된 제주 양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사"라며 '자유대한민국 체제 위기'를 우려했다. 같은해 11월2일 글에선 '공산주의식 무상분배 시대의 개막', '한미동맹 와해', '김정은 우상화 동조'를 우려했다.
2019년 8월 글에선 "공산주의자로 공격받던 사람이 대통령되고, 광화문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나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서울시장(박원순 전 시장)을 하는 판"이라며 조국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의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산하 활동 전력에 "체제 전복을 주장하던 사람"이라고 일침한 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