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가속기 활용해 우주환경모사장치 개발
양성자 빔 조사로 우주항공용 반도체 사전 검증
우주 방사선환경까지 모사해 인공위성 등 우주에서 사용할 장치와 부품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해 우주 방사선환경까지 모사할 수 있는 '우주환경 모사장치'를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우주는 진공 상태와 극한 온도뿐 아니라 강력한 우주방사선이 존재한다. 여기에 태양이나 별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양성자, 심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입자 등 다양한 우주 방사선은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의 오작동을 일으킬 정도로 치명적이다.
실제로, 우주·항공용 반도체 오작동 원인의 30%가 우주 방사선이 반도체 소자에 충돌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인공위성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소자 등 여러 부품과 소재들은 방사선 시험을 통해 성능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에는 인공위성용 부품을 시험할 수 있는 장치는 운영하고 있었지만 우주방사선 환경까지 구현한 장치는 없었다.
연구팀은 1초당 1.2경(京)이라는 엄청난 수의 양성자를 쪼일 수 있는 선형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해 우주환경 모사장치를 개발했다. 영하 55도에서 영상 125도에 이르는 온도 환경 이하의 진공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에 빔 창을 설치한 후, 다양한 온도와 진공 환경에서도 100MeV(1억 전자볼트, 1.5볼트 건전지 6700만개)급 양성자 빔이 조사되도록 장치를 구현했다.
양성자가속기는 수소의 원자핵에서 양성자를 떼어낸 뒤 전기를 가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특히 양성자 방사선은 위성 궤도 기준으로 우주 방사선의 85%를 차지해 양성자 빔 조사를 통해 우주·항공용 반도체를 사전 검증하는 데 쓰인다.
이번에 구축된 우주환경 모사장치는 시운전을 거쳐 인공위성에 사용될 부품과 소재 개발 등을 위한 우주환경 시험시설로 산업계에 개방될 예정이다.
이재상 원자력연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우주환경 모사장치 구축을 통해 경주 양성자가속기가 국내 우주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산업계 등 이용자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