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배출권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거래 유동성을 확보해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거래량은 566만t(톤)에서 2023년 8월 6054만t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가격은 변동성이 높은데다 수시로 폭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2015년 t당 7860원에서 2019년 12월에는 4만 95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1년 들어 1만 9709원으로 하락하더니 올해 7월에는 7020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정부는 이처럼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폐쇄적인 시장구조와 차기연도 이월제한 제도를 지목하고,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현재 배출권 시장은 할당대상 기업 700여개를 제외하면 제3자의 거래 참여가 제한된다. 시장조성자와 증권사에도 거래를 일부 허용했지만, 총 거래량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배출권 현물만 거래가 가능해 편의성이 낮고, 배출권 거래에 소극적인 기업이 많아 거래량이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게다가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차기연도 이월제한 제도가 오히려 가격 변동성을 심화하고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배출권이 남는 기업이 이를 차기연도로 이월하려면 그만큼의 배출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이 때문에 차기연도 배출권 거래 마감을 앞둔 7~8월에 매물이 집중, 가격이 평시의 반토막이 나는 상황이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배출권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2023~2025년 배출권의 이월한도를 '배출권 순매도량의 1배'에서 '3배'로 대폭 완화한다. 상쇄 배출권의 전환기한도 기존 감축실적 인증 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
시장 참여자도 확대된다. 배출권을 거래하는 주체가 많아지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면 가격 변동성이 누그러질 거란 전망에서다. 정부는 배출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증권사가 아닌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거래를 내년부터 허용할 계획이다. 시장 여건에 따라 2025년부터는 개인에게도 위탁 거래를 허용하는 등 참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이 배출권과 연계된 상장지수증권(ETN),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배출권의 가격변동성을 완화하고, 투자 시 위험회피(헷징)을 할 수 있도록 배출권 선물시장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배출권 수급상황을 분석해 매년 유상할당 경매물량을 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K-MSR)을 도입하는 방안도 내년에 마련한다.
성진규 기재부 탄소중립전략팀장은 "배출권 현물시장 자체가 워낙 폐쇄적이라 다양한 금융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며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시중에서 배출권 관련 ETF나 ETN 등을 여럿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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