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임명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수적이지만 민주당에선 부정적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20일 국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2일차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여야는 적격·부적격 여부가 담긴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뒤 국회 표결 절차를 거쳐 이 후보자를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해 168석인 민주당이 협조해야만 통과가 가능하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첫날부터 자신을 향한 재산신고 의혹등에 대해 몸을 낮췄지만 야당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도 역사관 등을 따지며 집중 공세를 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973년부터 1983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던 3차 교육과정의 국사 교과서를 꺼내보이면서 "이 교과서 연표에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 돼 있고 건국이라는 말은 없다"며 "교과서 어느 대목에 건국이라는 말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자가 70년대에 학습했을 때 건국으로 배웠다고 하자, 직접 당시 교과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에서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정부가 수립됨으로써 건국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후보자가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것을 건국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고 답하자, 심 의원은 다시 "오해를 했다는 것인가. 정정을 하겠다는 것이냐"라며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건국일이냐, 정부수립일이냐"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임시 정부 수립부터 쭉 진행돼와서 그때 정부가 수립된 것으로, 그렇게 이해하겠다"고 설명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헌헌법에도 3·1 운동을 기본으로 해서 임시정부를 기본으로 해서 건국이 됐다고 설명을 드렸는데, 왜 대법원장 후보자가 헌법 해석을 다르게 하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전날에도 말씀드렸듯이 역사논쟁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고, 헌법 해석론에서 국가는 국민·영토·주권 3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배웠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역사관과 대법원장의 직무수행은 별개로 놓고 봐야 한다며 감쌌다.
김형동 의원은 "역사관과 법률가로써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잣대로 사건을 다루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이나 법통을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취지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네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