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제78회 유엔 총회에서 글로벌 개발 격차, 기후 격차,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는데 대한민국이 적극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무탄소에너지를 국제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무탄소에너지 연합(Carbon Free Alliance·CFA)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고위급회기 일반 토의에 참석해 18번째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지원 방향과 계획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혼란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해 그 여파로 경제적 위축, 식량·에너지 위기가 중첩되는 복합 위기 속에서 국가 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격차를 크게 개발 격차, 기후 격차, 디지털 격차 3가지로 분류하고, 분야별 격차를 완화하는 대한민국의 지원책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개발 격차 해소 방안으로 재원과 기술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긴축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공적개발원조(ODA)를 적극 확대해 개도국 국민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날 연설에서 기후 격차 해소에 중점을 뒀다. 올해 여름 전 세계는 역대급 폭염과 폭우, 태풍과 같은 극한기후를 경험했고, 이러한 기후위기는 국가 간 경제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기후 취약국을 돕는 그린 ODA 확대,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재정 기여, 무탄소에너지의 활용과 공유 등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무탄소에너지 확산을 위한 우리의 주도적인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무탄소에너지는 직접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생산해 내는 일체의 에너지원을 지칭한다.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 수소, 탄소포집저장까지 포함CFA는 무탄소에너지 국제플랫폼이다. 윤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각국의 에너지정책 방향은 다양하나 큰 틀에서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탄소포집저장 등 무탄소에너지를 최대한 생산해서 활용하자는 쪽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직접적인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을 모두 인정하는 기술중립적인 CFA를 결성할 것을 요청했다. CFA는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RE100(100% 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한다.
윤 대통령은 무탄소에너지가 탄소중립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으려면 국가간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국제거래를 위한 공통의 규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대한민국이 주도하게 될 'CFA'는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 전 세계 누구나 함께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CFA의 역할은 크게 민간의 혁신과 투자 및 국제공동연구 촉진, 무탄소에너지 확산 이행·검증 체계와 국제 표준 마련, 개도국 지원 등 3가지"라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CFA 이니셔티브가 본격 추진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과 수소자동차, 수소연료전지의 시장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우리의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글로벌 디지털 규범 형성과 AI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올해 6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와 국제 규범 정립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국이 2024-2025년 임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평화와 안보에 있어서도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책임 있게 행동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10일 인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밝힌 23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계획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특히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 거래의 불법성과 위험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마지막에 2030 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로서 부산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부산엑스포가 글로벌 공동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연대의 플랫폼이자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축제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제78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수리남 정상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