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베넷
문규민 지음 / 컴북스캠퍼스 펴냄
문규민 지음 / 컴북스캠퍼스 펴냄
![[논설실의 서가] 물질은 생동한다, 베넷의 `생기적 유물론` 읽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309/20230921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물질은 생동한다, 베넷의 `생기적 유물론` 읽기")
베넷의 생기적 유물론은 물질이 지닌 행위성을 올곧게 파악하려 하는 철학적·정치적 기획이다. 이는 물질과 그 배치에 내재한 비결정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생명 현상을 설명하려 하는 세련된 유물론이다. 생기적 유물론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그 자체를 뒤흔드는 데 있다. 인간은 언제나 어느 정도는 비인간이었고, 거꾸로 비인간은 언제나 어느 정도는 '인간의 손을 탄' 비인간이었다.
바로 우리 자신이 활기찬 사물이자 언제나 이미 물질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경험은 새로운 정치를 상상하고 실험하게 만든다. 베넷은 인간이 자신 이외의 물질들을 존중해야 '생동하는 물질'과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생기적 유물론을 제안했고, 이는 신유물론의 주요 흐름 중 하나가 됐다.
책은 '이야기', '행위성', '배치', '생명', '생기론', '의인화', '정치생태학', '정동', '인간', '책임' 등 10 가지 키워드로 생기적 유물론의 철학적·정치적 기획을 자세히 살핀다. 기후 위기의 시대, 사물·비인간·물질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틀 지으며 공생의 토대를 마련하는 정치생태학의 혁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제인 베넷(1957∼ )은 생태철학, 예술, 미국 정치사상, 정치적 수사학, 사회이론 등을 집대성해 생기적 유물론을 주창한 학자다. 현재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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