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서울시 소유인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대행업체를 통해 꼼수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장충테니스장 사용권 고가 인수를 저우궈단 (Jou Gwo-Duan) 동양생명 대표이사의 배임 정황으로 포착했다.
24일 금감원은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동양생명에 대한 사업비 운용실태 현장검사를 통해 장충테니스장을 우회 운영한 사실을 파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작년 장충테니스장의 운영권 취득을 위해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필드홀딩스와 광고계약 등을 맺었다.
동양생명은 광고 비용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필드홀딩스가 낙찰받은 테니스장 운영권의 낙찰가액(26억600만원, 3년 분할납)을 기본광고비(연 9억원, 3년간 총 27억원)로 전액 보전하기로 했다.
테니스장의 시설보수 공사비용을 추가 광고비(9억원)로 지급했고, 테니스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 관리비까지 광고대행수수료도 총 1억6000만원 지급했다. 장충테니스장은 동양생명이 직접 운영할 수 없어 업계에서는 "동양생명 대표 저우궈단의 개인취미에 큰 돈을 쓰는 게 아니냐"는 배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필드홀딩스가 비싼 가격에 테니스장 입찰을 따낸 것부터 석연치 않다는 말들이 나온다.
동양생명은 테니스장에 직접 입찰 참여 및 운영을 할 수 없다. 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공고상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 있는 자만 입찰에 참여 가능한다. 낙찰자는 '제3자에게 운영권 일부 또는 전부의 전대(轉貸)'를 할 수도 없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은 테니스 운영자 선정 입찰부터 필드홀딩스를 참여토록 했다고 봤다. 필드홀딩스의 낙찰가도 높았다. 낙찰가(26억6000만원)는 그간 시세의 수 배에 달했다. 직전년도 운영권 낙찰가는 3억7000만원, 최저 입찰가는 6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최종 낙찰가는 필드홀딩스가 최초 제안한 금액(3년간 21억원)보다도 5억6000만원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의 광고비가 실제로는 운영비에 쓰였다고 했다. 기본 광고비는 실제 사용료였고, 추가 광고비는 시설개선 공사비로 쓰였다. 광고프로모션비는 위탁운영비, 광고대행수수료는 운영관리비였다. 광고대행수수료는 테니스장 관리인력의 인건비, 관리비로 사용됐다.
시설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광고계약상 설치하기로 한 장충테니스장 광고물을 철거했지만, 운영하는 곳에선 최근까지 이를 방치했다. 사후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동양생명은 사업비 집행과 관련해 적절한 내부통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동양생명은 임원 해외출장비 등 경비 집행 시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비용집행 정산서 등 증빙 없이 비용만 지급했다. 업무추진비 등은 근거 없이 인상 지급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체결 및 사업비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위규행위에 대하여는 관련 검사·제재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임직원이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하여는 내부 심사 등을 거쳐 관련 법규에 따라 필요시 수사기관 등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