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11월에는 3.6% 안팎의 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 2%대의 목표 물가에 근접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소위 빵 사무관, 우유 서기관 등 정부의 강도높은 물가안정 대책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담당하는 업계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와 협조를 유도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최근 사우디의 원유 감산과 중동지역 불안양상, 이상저온 현상 등으로 10월 소비자물가가 3.8%까지 올랐다"며 "최근 전방위적인 수급 안정 노력으로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고, 유가도 하락세가 이어지면 (물가상승률이) 3.5%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MB 정책 되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빵 공장을 가서 생산원가를 조사하고 이런 형태가 전혀 아니다"라며 "정부가 혼자 물가를 안정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각계 협조를 통해 특별한 요인이 없는데도 물가가 편승 인상되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막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인상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당분간 동결 기조"라고 단언했다. 추 부총리는 "오랫동안 동결했기 때문에 인상 요인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러나 공공기관 스스로 경영 합리화를 통해 원가 요인을 흡수하고, 불가피한 인상 요인이 생겨도 분산 인상을 해달라는 요청을 각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전력은 9일부터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 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 주택용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을 동결한다. 이를 통해 매달 2000억원 정도의 추가 판매수익을 얻게 되는데, 2021년부터 한전이 기록한 누적 적자가 47조원에 달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부총리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금융당국이 은행에 강도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소상공인이나 국민 입장에서는 은행이 이자수익으로 잔치를 하고 있다는 고깝지 않은 시선이 많다"며 "금융당국에서 은행에 고금리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내는 것에 대해서 엄중한 인식을 당부했고, 이에 금융권도 상생 금융의 차원에서 좋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주식 양도세에 대해서는 "완화 방침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고 일축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 과세를 2년 유예했다"며 "비과세 기준인 10억원에 대해서도 내년까지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다.
'정치인 추경호'로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인사는 인사권자가 결정할 부분"이라면서도 "제가 자리를 떠나게 되면 지역구로 돌아갈 것"이라며 출마를 시사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상황과 안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