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소유인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지지한 뒤 광고주들이 대거 떠나면서 수백억원 손실을 보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입수한 X 영업팀의 내부 문서를 인용, 이 플랫폼의 광고주 이탈에 따른 매출 손실이 최대 7500만달러(약 98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아마존,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200여개 기업·기관이 최근 X에 내는 광고를 끊었거나 중단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X는 관련 성명에서 손실 위험에 처한 광고 수익이 1100만달러(약 144억원) 정도이며, 해당 문서에 언급된 수치는 전체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내부 연습 차원의 수치라고 밝혔다. 일부 광고주가 플랫폼으로 돌아오고, 다른 광고주가 지출을 늘리면서 정확한 수치는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 미국에서 연중 마지막 분기인 3개월은 추수감사절에 이어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블랙 프라이데이' 등 쇼핑 이벤트가 집중돼 있어 미디어 광고가 호황을 누리는 시기다. 이 기간에 광고가 끊기면 매출에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마지막 3개월간 트위터는 15억7000만 달러(약 2조500억원)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90%가 광고에서 발생했다. 앞서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후 플랫폼의 광고 수익은 이미 작년보다 60% 가까이 감소했다.
여기에다 최근 머스크가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지지하는 글을 직접 올린 데 이어 X에서 나치즘을 내세우는 콘텐츠 옆에 주요 기업 광고가 배치돼 있다는 한 미디어 감시단체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다시 광고주 이탈이 시작됐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 15일 유대인들이 백인 인구를 대체하기 위해 소수 민족의 이민을 지지하고 백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다는 반유대주의 음모론에 머스크가 "실제 진실"이라고 동조하는 댓글을 단 행위다. 이에 유대계가 거세게 반발한 것은 물론, 백악관까지 나서 "용납할 수 없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광고대행사 아웃캐스트의 디지털 마케팅 담당 부사장 리샤 앤더슨은 자사 고객인 광고주들이 X에 대한 지출을 중단하고 링크드인, 틱톡 등 다른 플랫폼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테슬라의 일부 주주는 잇따른 머스크의 문제 발언을 지적하며 그가 테슬라 CEO직에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테슬라 이사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지난 9일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도'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하향 조정하면서 머스크 CEO에 대해 "테슬라의 자산이자 리스크"라고 평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