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터뜨리고 불까지`… 세계적 인프라로 수소 연구 지원

입력: 2023-12-11 14:10 정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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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불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화력이 아주 위험해서 안전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곳에서 다양한 실증 연구를 통해 수소 안전을 검증합니다."

지난 8일 기자가 방문한 강원도 영월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에서 수소 제트 화염 실증시험을 시연한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센터는 지난 2010년 8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 사고를 계기로 가스사고 원인 규명 및 예방대책 마련을 위해 설립됐다. 당시 서울 도심을 달리던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승객과 행인 등 18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나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폭발·화재 사고를 재현하고 시험하는 적절한 시설이 없는 실정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센터와 유사한 실증시험기관으로는 Powertech(캐나다), JARI, Hy-TReC(일본), BAM(독일), SPIEZ(스위스)로 총 5개 기관이 있으나 단일기관 내에서 초고압시험, 화재·폭발시험, 방호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은 전기안전공사 센터가 유일하다.

센터는 영월군 주천면 일대 13만㎡의 부지에 연구개발, 실증시험, 인증, 상용화 및 제도화를 원스톱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연구동 1개와 9개의 시험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초고압 용기·부품 시험설비 등 123종 147점의 시험장비를 활용해 가스안전공사의 연구과제 실증실험 지원 및 기준 개정 등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센터는 수소 관련 시험 인프라 구축이 강점이다. 수소충전소용 부품 공인시험 및 기업의뢰 개발품 실증시험 지원과 산·학·연 협업을 통한 수소 제품 국산화 개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 10월 세계 최초로 ISO 19880-3 국제표준에 대한 공인시험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센터 관계자는 "2018년부터 수소충전소의 핵심부품인 밸브류에 대한 인증체계 구축을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시험 설비를 구축해 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수소충전소 밸브 인증은 약 6개월이 소요됐으나 24시간 밸브 공인시험 시스템 구축을 통해 2~3개월로 절반가량 단축하면서 인증 기간을 대폭 줄였다. 또한 업계의 시험대기시간 단축을 위해 시험설비를 개선함으로서 동시시험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보강하고 수소충전소용 밸브 시험 비용을 50% 감면해 업계 부담을 경감했다.

기자가 연소시험동에 들어서니 내부 벽은 검게 타있었고 그을음이 났다. 센터 관계자는 "연소시험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기 필터가 설치돼 유해물질 발생을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소시험동과 야외종합시험장에서 진행되는 화재 실험은 옆 건물에 마련된 모니터링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수소자동차의 고압수소 분출 화재 실증 △수소자동차 화재 발생시 시험 데이터 확보 △수소충전소 화재폭발 시 방호벽 안전기준 개발을 위한 수소용기 폭발 시험 등을 진행하면 실시간으로 수소가 어떻게 번지는지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올해 충북 음성에 '수소버스·충전소 부품 시험평가센터'를 준공해 국내에서 안전성 확인시험이 불가능하던 수소버스 등 대형 상용차 부품 용기에 대한 국내 시험 인프라를 마련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모빌리티분야를 선두로 한 수소사회 조기 진입이라는 정부 목표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폭발압력저항시험장비도 산업계 수요가 끊이지 않는 시설로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공장을 지키기 위해 설치하는 방폭문 등 주요 7개 방호제품의 구조 및 성능 이상 유무를 검증하는 것이다.

또한, 군 지원 인프라를 활용해 정부기관 비상대피시설 및 민방위시설에 대한 설계심의, 완성검사 등을 거쳐 방호기술을 전문화하고 있다.

장성수 센터장은 "도심지 내 수소충전소 보급·촉진 지원을 위해 피해경감시설인 방호벽에 대한 실증시험·연구와 방호기술을 축적시켜 선도해 나감으로써 수소충전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해소와 시설 안전 확보를 통해 대국민 수용성을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월/글·사진=정석준기자 mp1256@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