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연구기관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상안 초안은 마무리됐고, 각 부서별 의견을 구하고 있는 단계"라며 "다음 주 주말을 전후로 준비한 내용을 설명하겠다"라고 밝혔다.
홍콩 ELS 문제는 지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반토막난 뒤 올해 원금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불거졌다. 올해에만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반 ELS 상품에서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약 2조113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돌아왔고 그 중 9725억원이 상환됐다. 손실금액은 1조1405억원으로 손실률이 54%에 달한다.
투자 피해자들이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투자금 100%를 배상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당국이 배상안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ELS 판매 금융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이 원장은 "과거 DLF 사태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배상안을 마련했다"며 "(배상 규모를)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렵고 금융사별 잘못을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상품 자체의 문제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상당 부분 인정되면서 기본 배상 비율을 손실액의 20%로 정하고, 최대 80%의 손실 배상 비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홍콩H지수 ELS는 상품에 문제가 있다 보기 어렵고, 비교적 장기간 판매된 데다 가입자의 90% 이상이 재가입자인 만큼 DLF 때와는 배상안도 다르게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업권에서는 기관에 대한 제재와 과징금, 과태료 등이 어떻게 될지 신경쓰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과거에 ELS 상품에 투자를 했던 경험이 있거나 은행이 아닌 증권사, 온라인을 통해 ELS에 가입한 투자자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보도는 너무 성급한 결론"이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이 자율 배상안을 마련해 적절한 보상을 한다면 제재를 감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잘못을 상당 부분 시정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한다면 제재나 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것이 당연하다"며 "(판매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유의미한 정도로 제재를 감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재 수위를 높여 배상을 유도하기 보다는 판매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유인책을 마련, 피해자 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배상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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