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K정책플랫폼 복지위원장·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확정기여형 신연금 도입 가능한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403/2024031902102369061003[1].jpg "[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확정기여형 신연금 도입 가능한가")
이에 앞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정책목표로 "2023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 청년이 기대수명에 이르는 2093년까지 적립기금을 유지한다"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들 방안 중 하나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팀이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rtion) 신 연금제도의 도입방안을 내놓았다. 신연금 연구팀은 현재의 국민연금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최대한 지키며 지속성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대수익비 1을 확보할 수 있는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보면, 특정 시점에서 구연금 제도 정지,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현재 기준 609조원 내외)은 일반재정이 보증하는 기대수익비 1의 신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그 신연금 제도는 확정기여형으로 설계하여 재정안정성을 담보하고, 신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 연령코호트 내에서 소득 이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40% 정도의 소득대체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5.5%의 보험료율 납입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신연금 연구팀의 제안은 우리나라의 일부 재정 혹은 금융 전문가들의 유사한 모형이 제시된 적이 있지만, 다른 점은 과거 연구는 특정연령을 중심으로 신연금에 적용한다는 것이었으나, 이번 연구는 특정시점을 전후해서 기존의 국민연금 가입자 전부를 신연금에 가입시킨다는 점이다. 과거 연구보다 더 제도이전의 용이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과거 특정국가에서 기존의 공적연금을 확정기여형으로 전환시킨 대표적인 사례로는 칠레와 스웨덴이 있다. 칠레는 기존의 확정급여형 연금을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면서 민영 금융기관을 선택하여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민영화' 사례로 더 유명하다. 스웨덴은 적립기금이 없이 운영되는 부과방식 연금제도를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면서 가입자가 신규로 납입하는 보험료 수입을 적립하지 않고 기존 수급자에 대한 연금지급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명목적 확정기여형(NDC: notional defined contribution)이라고 칭한다.
2023년말 기준으로 적립기금이 1036조원이 있는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보다 더 유리한 확정기여형 연금제도의 도입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신연금제도를 기존의 국민연금과 분리운영하여 납입된 보험료를 적립함으로써 본인이 납입한 보험료의 원리금 합계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적립기금의 소진으로 연금을 못받거나 제대로 못받게 될 수 있는 우려를 없앴다는 점에 신연금의 의의를 두고 있는 듯 하다.
신연금은 외형상으로는 신·구 연금 제도를 명료하게 분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연금 도입 시점 이전의 구연금 제도에 대한 재원조달을 기존의 적립기금과 부족한 미적립연금부채에 대하여 국고를 투입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구연금이 자연소멸될 때까지 연금지급에 필요한 미적립연금부채에 대한 국고 투입은 현재의 국가재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
국민연금 재정문제의 핵심은 베이비붐 세대의 연금지급에 필요한 재원확보에 있다는 점에서 부족 재원을 국고로 해결하는 것이면,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에 동일한 규모의 국고를 투입하고, 신연금에서 제시한 보험료율 15.5%로 같은 시기에 인상하면, 재정추계 결과는 신연금에 주장한 독립적인 구연금 재정과 신연금 재정의 합계와 동일할 것이기 때문에 신연금 도입으로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기존 국민연금제도에서도 동일한 규모의 국고를 투입하고, 연금보험료율을 15.5%로 인상하면 유사한 재정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신연금 도입의 의미를 주장할 근거가 미약하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이 어려운 것은 보험료율을 단박에 15.5%로 올리기 힘들고, 막대한 미적립연금부채를 국고로 투입할 국가재정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인데, 이 문제를 이름만 '신연금'으로 바꾸어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