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 KIEP 경제안보팀장
트럼프 재집권 국내 영향은 제한적
반도체 분야선 추가 인센티브 기대
기업탈취 빈번한 中과 협력 어려워
유럽·중동 등 대체판로 찾아나가야
트럼프 재집권 국내 영향은 제한적
반도체 분야선 추가 인센티브 기대
기업탈취 빈번한 中과 협력 어려워
유럽·중동 등 대체판로 찾아나가야
![[오늘의 DT인] "트럼프발 2차 무역전쟁 가능성 낮아… 경제안보 핵심은 기술 보호"](http://contents.dt.co.kr/images/202403/2024032102102158054001[1].jpg "[오늘의 DT인] \"트럼프발 2차 무역전쟁 가능성 낮아… 경제안보 핵심은 기술 보호\"")
트럼프 캠프는 연일 위협적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60%까지 올린다든가,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주장 등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1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 수출은 173억8000달러 감소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0.308% 감소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이에 연원호(45·사진) KIEP 경제안보팀장을 만났다. UC 센디에이고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스토니 브룩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마친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경제안보 전문가다. 지금은 외교부와 국가안보실 등의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연 팀장은 "중국 경제가 이전보다 많이 둔화된 만큼, 미국을 상대로 제2의 무역전쟁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고 해도 우리는 위기가 아닌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 팀장은 앞으로 경제안보에서 AI와 반도체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봤다.
"사실 바이든이 당선되던 트럼프가 당선되던 상관없이 미국은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중국에 어떤 것도 양보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행정부가 아닌 의회가 주도해서 초당적으로 대중국 견제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어서입니다."
다만 그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중국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 출신답게 '무역수지 적자'의 관점에서 중국을 견제하며 관세 장벽을 높이는데 몰두한다면, 바이든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거라는 분석이다. 연 팀장은 "미 정계에선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60%까지 올린다는 트럼프 공약이 진짜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트럼프는 모든 정책 옵션을 '돈'으로 환산해서 분석하고 실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재집권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제한적일 거라고 봤다.
연 팀장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미국에 도움이 되는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원활한 거래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간 발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통상 이슈는 이미 FTA 개정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됐고, 트럼프도 이를 1기 행정부 시절의 업적 중 하나로 꼽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오마바케어 폐지를 공약했지만 끝내 폐지에 실패한 것처럼, 캠프에서 최근 주장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도 현실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연 팀장은 "보조금 지급 시점을 약간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미 법이 다 자리잡은 만큼 우리 기업이 투자한 것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반도체와 방산 제조 등 분야에선 우리 기업이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노릴 수도 있다는 게 연 팀장의 생각이다. 그는 "트럼프 진영도 반도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 정책을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믿을 수 있는 나라에서 반도체와 방산 제조 수요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 팀장은 경제안보를 '외부의 경제적인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망과 관련해 "사전적 예방보다는 빠른 사후 대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해 말 발생한 2차 요소수 대란을 미리 막기는 어려웠다고 그는 본다. "가까운 중국이 교역에 드는 물류비용도 적고 생산비도 낮아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자발적으로 줄이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보조금을 뿌려 인위적으로 다른 공급망을 사용하게 하는 것도 적절한 정책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중국향(向)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빠르게 대체 공급망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아울러 수급이 불안정해졌을 때 국내 기반 산업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원자재라면, 국내에 어느정도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연 팀장의 생각이다. 그는 "공급 불안정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소량의 생산 역량을 국내에 갖추거나, 비축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 팀장은 "오히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기술 기반 경제안보"라고 강조했다.타국과 첨단기술 협력을 하면서 공정한 룰과 투명한 절차를 확보하는데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기술 탈취가 빈번한 중국과는 첨단 산업을 함께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며, 유럽과 중동 등 중국을 대체할 판로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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