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기고] 통일 여론조사의 전제 재설계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403/2024032602102369807001[1].jpg "[기고] 통일 여론조사의 전제 재설계해야")
2023년 통일부와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 756개 학교, 학생 7만3991명과 교사 및 관리자 6469명을 대상으로 2023년도 학교 통일 교육 실태조사를 실행했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가장 좋지 않은 통일 여론이 학생 응답으로 도출됐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대표자들을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 즉 공공의사를 제도적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공공의사, 국민의 여론과 생각들이 국정 운영 요소들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정책으로 구축·실행되어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효과를 이룩하기 위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그 구조 속에서 대북·통일 안건은 한반도의 현실적 특수성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한민국의 대북 및 통일 정책은 국가의 존속 문제인 안보, 국방 문제와 직결되어있기 때문에 국가 지도부라고 불리는 1선 실무자들이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 지도부의 방향성은 주권자들이 대표자 선출과정에서 후보들의 기조를 보고 투표를 통해 결정하거나 주권 이행시에도 당시 상황에 따라 여론이 반영되어 그 노선이 변경되기도 한다.
정부 지지도와 정책 평가, 선거 득표 수에 따라 다음 행보가 결정되는 제도적 특징에 따라 지도층과 정당들은 국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고로 가장 시대 기류를 예민하게 파악하고 정책과 정치에 반영하여 국가와 국민의 번영과 지향 가치를 이룩해내는 대표자 혹은 정당들이 선택을 받게 된다. 대북, 통일 안건은 분단, 전시 상황인 한반도, 대한민국 민주주의 과정에서 주권자들에게 가장 큰 요소로 중심에서 작용해 왔다. 당연히 정치권에서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통일·대북에 대한 다양한 작용들이 사회에서 이루어진다. 정부, 기관, 시민단체 그 외 다양한 사회 구성 기관들은 국민에게 '통일의 찬성, 반대'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 결과는 이슈로 떠오른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돌아봐야 하는 것이 있다.
첫째,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은 무엇인가?", 둘째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이다. 응답자 개개인에게 통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질문하면 '경계를 넘어 하나가 되는 것', '갈라졌던 한반도가 하나가 되는 것' 외로 "구체적인 통일을 형상화해보기 위한 정보가 부재하다"라고 답변이 돌아온다.
2500만 명과 5500만 명이 전쟁 후 70년간 완벽히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던 사회와 이례적인 급속 성장을 이룩하여 생존 위기를 면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공백과 부작용으로 국가 위기를 맞고 있는 나라가 하나가 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임에도 우리는 너무도 추상적이고 막연한 상태로 놓여있고 그 위에서 미래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난 대한민국은 '역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역사적 상처가 심각한 나머지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부재하며, 우리는 우리의 미래,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역사관을 구축하기 위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룩하고자 노력하는지 피드백이 되지 못하고 소모적으로 싸우고 있다.
그 양극화 속에서 정부 교체가 맞물려 통일, 역사 교육은 매번 그 내용이 논란이 되고 뒤집히기에 입법부와 정부, 교육 관계자들은 통일, 북한 교육에 손을 대는 것을 지양한다고 전문가, 실무자 간담회, 세미나 자리에서 구성원들이 직접 토로한다. 통일, 북한에 대한 교육의 부재는 정보의 진공상태로 연결되고 이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통일 여론 조사는 그 전제와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 검토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북한 문제는 인류 문명 요소 모든 것들이 들어있고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민족, 막연한 평화를 넘어서서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대국민 인지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막연한 통일을 논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목표로 놓고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교육과 함께 초정밀 국가 단위 준비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향후 통일 여론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미 체제 논쟁은 끝났다. 인류 보편적 가치와 한반도의 역사, 현재의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보면 북한의 체제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주춧돌 없는 기둥 세우기를 멈추고 멀고 복잡한 길을 가는 준비 태세로 대북, 통일에 대한 기초적인 준비부터 통일 후 로드맵 구상이 지속적으로 유효하도록 구조적·제도적 차원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주권자인 국민이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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