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등 온라인생태계 재편 영향
이마트 임원 인사서 대표급 40% 물갈이
DL이엔씨, 경기불황에 10여명 교체 앞둬
이마트 임원 인사서 대표급 40% 물갈이
DL이엔씨, 경기불황에 10여명 교체 앞둬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유통업종이 대표적이다. 조직 쇄신·혁신을 단기간에 이루지 못한 임원들은 인사 삭풍을 넘어 '인사 채찍'을 맞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2024년도 임원인사를 거치며 유통군HQ에서 2022년 1월 외부에서 수혈된 현은석 디지털혁신센터장(부사장)이 3년 여 만에 퇴임했고, 홍보총괄 이선대 상무도 퇴임했다. 롯데쇼핑 유통군 백화점에선 잠실 본점을 맡았던 김재범 상무가 현직에서 물러났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상무를 단 지 1년 만에 퇴임하는 사례가 나왔다. 2024년도 임원인사는 6년 만의 전무 승진자가 '제로(0)'인 인사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에는 백화점 점포 효율화가 본격화되면서 임원 숫자는 한층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영업보고서를 보내면서 백화점 비효율 점포 리포지셔닝(재조정) 검토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측은 "백화점 점포 효율화 방안이 구체화된 건 (아직)없다"면서도 "유통군 전체적으로 효율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백화점 역시 리뉴얼·폐점 등 점포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이 검토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점포 폐점이 현실화할 경우, 상무·전무급인 점장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임원 대상 인사 칼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화점 대상 희망퇴직은 현재로선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롯데쇼핑 측은 전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재작년 롯데하이마트 희망퇴직에 이어 작년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2024년도 임원인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권혁구 사장(전략실장)이 퇴임했다.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퇴임했다.
특히 쿠팡에 매출(2023년도 29조원, 쿠팡은 31조원) 역전에 이어 올해 1분기 브랜드 순위(브랜드스탁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 12위, 쿠팡은 9위)에서도 뒤진 이마트의 경우 2024년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급 40%가 물갈이 됐다. 최근에는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은 상무 등 임원들의 계약기간이 지나도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차원에서 임기가 연장돼서 조직에 남아있는 경우가 소위 '집에 가는' 경우보다 많았다"면서 "하지만 경영환경 변혁기에 놓여있는 지금은 임원을 달고 나서 근시일 내에 성과를 내라는 기조가 되고 있고, 이러다보니 임기 보장 자체가 어려워진 분위기다. 임원들이 '집으로 가는' 주기가 빨라지는 것 같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히 온라인 채널의 기세에 눌린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은 임원을 새로 승진, 발탁시키기보다 임원 자리를 없애고 그 아래 직급에게 임원의 롤(역할)을 하게 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면서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주택경기 불황으로 인한 CEO 교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지난달 29일 퇴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재선임이 결정된 지 불과 3개월만의 일이다.
퇴임 배경에는 악화된 주택 경기 불황 여파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결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DL이앤씨의 2021년 연간 영업 이익은 1조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영업익은 3306억원에 그쳤다. DL이앤씨의 지난해 매출은 7조9900억원으로 2021년 7조6000억원 대비 3000억 이상 늘었으나, 영업익은 2년 새 70% 가까이 감소했다.
마 대표와 함께 다른 DL이앤씨 임원 10여명도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는 DL이앤씨 전체 임원 50여명 중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교체 예정인 임원 대부분은 주택과 토목 부문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적인 조직 및 인적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태다.
이처럼 DL이앤씨의 영업익이 줄어든 이유는 부동산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건설 주요 자재인 철근·시멘트 가격은 2022년 초에 비해 30% 가량 상승했고,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월 118.30에서 올해 1월 154.60까지 높아졌다. 건설사 입장에선 새집을 지어도 예전처럼 이익이 남지 않는 상황인데, 새로 지은 집 마저 주택경기 호황기 때처럼 팔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경기 불황이 확산하면서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영업익이 크게 줄어들고, 대대적인 CEO 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과 3개월 전에 임명된 임원들도 임기를 보장받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수연·박순원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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