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충당금 반영 권고에도
책임준공 미이행 회계 미반영
PF부실여파 손실 부메랑 우려
책임준공 미이행 회계 미반영
PF부실여파 손실 부메랑 우려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한 충당금이 반영되며 업계 전체에 1조원 가까운 충당금이 쌓여 있지만, 이미 공사가 멈춘 현장에 대한 손실금을 여전히 반영하지 않는 등 손실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신한자산신탁의 대손충당금은 254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충당 부채로 반영된 충당금 180억원을 고려해도 430억 수준으로, 신탁 업계 전체 평균 75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신한자산신탁이 보유한 책임준공형(시공사·신탁사) PF 사업장이 150곳을 넘고, 이 중 실제 책임준공(책준)을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만 56건에 달했지만 충당금은 전년 대비 1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한자산신탁이 책준을 확약한 사업장의 전체 PF 대출금액은 5조5676억원 규모다. 이 중 책준 기한을 이미 넘긴 사업장의 대출금액만 1조8242억원에 달한다.
회계기간 종료 이후 실제 책준 관련 손해배상소송이 발생하기도 했다. 원창동 물류센터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의 대주단이 시행사와 시공사, 신한자산신탁에 575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하나에 걸린 손해배상 금액이 신한자산신탁 전체 충당금을 초과한다. 대출 금액 전체가 신탁사의 손실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책준 기한이 도래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정확한 손실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자산신탁은 물류센터 위주의 PF 사업을 수주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운용사와의 선매입 확약으로 대출을 받았지만, 책준 기한을 넘기면서 매입확약이 폐기된 곳이 있다"며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주단의 손실을 신탁사가 그대로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한자산신탁 측은 "손해배상액은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인지 여부가 판단되는 시점에 결정되는 사항"이라며 "손실금액을 신뢰성있게 측정할 수 없어 재무제표에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충실하게 쌓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주 계열 신탁사들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으며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았다.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하나자산신탁의 지난해 대손충당금은 235억원으로 신한자산신탁보다도 적었다. 하나자산신탁의 책준형 사업장 전체 PF 대출금액은 3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하나자산신탁 역시 시공사가 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금융기관에 배상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손실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없다며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우리자산신탁의 충당금은 331억원이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 등 총 43건의 책임준공확약 사업장 중 6건의 책준의무 미이행이 발생했다. 전체 사업장의 PF 대출금액은 2조2756억원, 이 중 시공사의 책준 미이행 사업장이 1617억원이고 우리자산신탁이 준공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사업장에만 430억원의 대출이 실행돼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주 산하 신탁사 중 가장 많은 1663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KB부동산신탁의 책임준공관리형토지신탁사업 72건의 전체 실행 PF 대출금액은 4조원을 넘는다.
금융당국이 PF 부실 여파가 금융권 전체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선제적인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탁사들이 지주사나 각 사의 재무제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적은 충당금을 쌓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충당금을 여러 해동안 나누어 반영해 회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KB부동산신탁은 1600억원 넘는 충당금을 쌓으며 20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하나자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은 충당금을 쌓지 않으며 올해도 흑자를 이어갔다.
다른 신탁사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은 '책임준공'이란 말을 만들어낸 곳이고, 다른 지주계열 신탁사도 인지도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활황기 '묻지마 수주'에 가깝게 사업장을 불렸다"며 "부동산과 자본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이런 사업장들이 조단위의 손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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