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17일 페루에서 6400억원에 이르는 방산 수주를 따내면서 향후 이어질 주요국의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K-방산이 추가 수주 성과를 거둘 지 주목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등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면서 방산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민관 협력을 앞세운 K-방산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등에 세계 주요 정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HD현대중공업은 16일(현지시간) 페루 국영 시마(SIMA)조선소와 총 6406억 원 규모,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건조 공동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지난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약 3주 만으로, 한국이 중남미에 방산 수출을 시작한 70년 역사상 역대 최대 금액이다.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는 3000톤급 잠수함 3~4척을 새로 도입하는 3조원대 오르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해 입찰을 진행해 총 11개사가 참여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HD현대와 한화오션 역시 유력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힌다.
캐나다에서도 대형 프로젝트가 대기중이다. 캐나다 해군은 노후화된 잠수함을 교체하기 위해 3000톤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를 추진중인데, 사업 규모만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지관리 사업까지 포함할 경우 80조원대까지 늘어난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도 HD현대와 한화오션이 참여해 경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 사는 최근 동시에 방산 분야 수주 목표를 늘려 잡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예고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특수선 사업분야 수주 목표를 9억88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수주 금액인 1억3800만달러의 7배가 넘는다. 한화오션도 특수선 사업분야 매출을 2030년까지 2조9000억원, 2040년에는 7조3000억원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분야에서는 총 16척의 국내 최다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 국내외 모든 종류의 함형에 대해 기본설계부터 상세설계에 대해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설계 기술인력 300여명과 함정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GRC(글로벌R&D센터) 연구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자동화·전동화·무인화된 병력절감형·수출형 함정을 개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기업과 정부과 '팀코리아' 전략이 이번 폐루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가 입찰공고를 한 후 정부(방사청장) 명의의 적극적 정부 지원을 약속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주 페루 대사도 현지에서 서한 발송과 페루 측에 한국 조선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내 방산업체들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면서 수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22년 173억달러(한화 약 24조1250억원) 수준이었던 방산 수출액은 지난해 135억달러(18조82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기간 수출 대상 국가도 4개국에서 12개국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32억달러(약 4조2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루마니아 신형 자주포 도입 사업 수주를 앞두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체들의 경우 해외 다른 방산기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납기와 고품질의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HD현대중공업이 해외 잠수함 프로젝트를 수주한 가운데 특수선 사업 분야에서 경쟁중인 한화오션이 반격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의 잠수함 모형. 한화오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