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유해성 연구용역 발주 방침
현행법상 담배로 취급하지 않아
담배로 포함되면 각종 과세 대상
가격인상 따른 증세 논란 불가피
정부가 합성 니코틴 규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유해성 연구 용역에 착수한다. 담배사업법 규제 대상에 합성 니코틴이 포함될 경우 그동안 세금이 붙지 않았던 합성 니코틴 액상형 담배에도 담배세와 부담금 등이 부과되며 가격이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이달 중으로 합성 니코틴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이번 용역은 합성 니코틴의 규제 여부를 심의 중인 국회의 요청에 따른 조치다. 현재 국회는 합성 니코틴을 관련법상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의중이다.
국회는 합성 니코틴을 유해성 검증 전까지 법적인 담배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과 담배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이에 대한 연구 용역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 니코틴 담배는 법에 따라 규제를 받는 담배로 취급되지 않고 있다. 담배사업법이 연초의 잎을 원료로 포함한 것만을 담배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담배는 불가능한 온라인 판매나 판촉도 가능하다. 또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 문구와 그림을 제품에 붙이지 않아도 된다.
담배 관련 세금이나 부담금도 물지 않는다. 일반 담배와 비교해 소비자는 합성 니코틴 담배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판매자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최근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BAT 측이 "세금·부담금 절약분을 소비자 혜택으로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규제 사각지대'를 노린 전략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합성 니코틴 담배 시장은 빠르게 성장중이다. 관세청이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담배용 합성 니코틴 용액 수입량은 2020년 56톤에서 2022년 119톤으로 2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합성 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시켜 규제하면 현행법상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담배는 자동으로 담뱃세 부담금이 부과된다. 담배사업법상 모든 담배는 개별소비세와 담배소비세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도 붙는다.
과세가 시작될 경우 액상형 담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석하기에 따라 담뱃세 등 소비세 확대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증세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합성 니코틴 규제 여부를 두고 기재부와 보건당국의 입장차이도 남아있다. 보건당국은 합성 니코틴도 법적인 담배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증세 논란 때문에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 측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 입장을 조율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이상현기자 ishsy@dt.co.kr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