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김화균 칼럼] "이런 나라 물려줘서 미안해"](http://contents.dt.co.kr/images/202405/2024052202102263040001[1].jpg "[김화균 칼럼] \"이런 나라 물려줘서 미안해\"")
지난 20일, 이 아파트 한 가구에 대한 청약이 진행됐다. 국민평형(전용면적 84.99㎡)인 이 가구의 분양가는 19억5639만원. 그런데도 3만5000여명이나 몰렸다. 이미 입주한 아파트의 조합원 취소분이라, 당첨자는 오는 7월까지 분양대금을 완납해야 한다. 20억원 현금 조달 능력에, 만점 청약통장을 갖춰야 노릴 수 있는 로또 청약이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은 얼마전 42억원에 팔렸다. 20억원의 사세차익이 예상된다. 현금 부자가 이렇게 많았던가.
며칠 전에는 이 아파트의 입주자 온라인 카페에 등장한 한 모임이 화제가 됐다. 이름은 '원결회', 원베일리 결혼정보회다. 입주민들은 여기서 서로간의 결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입주민끼리 사돈을 맺자'는 취지다. 입주민 전용 카드도 있고, 단지 상가에서는 '원베일리 맥주'라는 전용 수제맥주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갓 입주한 아파트 단지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빠르게 완전체를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자. '우리의 리그'에서의 삶은 어떤가.
고금리와 고물가는 2024년 대한민국 서민의 삶을 옥죄는 상징어들이다. 고금리 속에 지난 4월 은행 가계빚은 1100조원을 돌파했다. 한달 만에 5조원 이상 늘었다. 그나마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은행 대출이 막히고, 저축은행까지 문턱을 높이면서 연 10%가 넘는 카드론에 목을 메고 있다. 지난 4월 말 현재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원이다. 역대 최고다. 40조원 돌파도 시간문제다. 그나마 줄었던 리볼빙 이월 잔액과 현금서비스 잔액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빚에 빚을 내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기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상향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21일 발표된 한은의 소비자심리는 5개월만에 다시 꺾였다. 온기가 지표 상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똬리를 튼 '그들만의 리그'는 그 폐쇄성 탓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문구는 1992년 개봉한 미국 야구 영화에서 등장한 이후 널리 쓰인다. 미 프로야구는 싱글A·더블A·트리플A 등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타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시스템이다. 실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계층 사다리를 타고 빅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기회의 문은 닫혀만 가고 있다. 대신 그들만의 리그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젊은층은 앞다투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645만명. 이중 20대가 18.2%, 30대가 29.3%다. 절반에 육박한다. 2030세대 300여만명이 도박판 같은 가상화폐를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져야 할 짐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완전군장을 한 채 사다리를 타야 할 판이다. 미뤄지고 있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045년 쯤, 한국의 정부부채가 국내 총생산(GDP)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저출생·고령화 현상 탓이다. 기회의 사다리가 고장난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졸라메야 할 허리띠를 오히려 더 풀자고 한다. 미래 세대 부담을 덜어 줄 국민연금 개혁도 정치권의 이견 속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낭비된 시간만큼 우리의 소중한 아들과 딸의 부담이 커진다.
젊은 세대는 이렇게 반문한다. "5060 세대는 누릴만큼 누리지 않았느냐"고, "왜 당신들의 빚을 우리에게 떠넘기는가"라고…. 스스로를 '고통전담 세대', '설거지 세대' 라고 비하한다. 그렇게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나라 물려줘서 정말 미안해.' 반성문부터 쓰자. 김화균기자 국장대우 금융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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