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이 수요 둔화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계에서 잇따라 전기차 신차 출시를 발표했다. 위축된 전기차 시장에 상품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춘 '가성비 전기차'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다.
4일 기아와 KG 모빌리티(KGM)는 각각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EV3'와 '코란도 EV'를 출시했다. 두 모델 모두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 혜택 시 3000만원대로 구입 가능한 가성비 전기차다.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는 수입차 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프리미엄 순수 전기 SUV 'EX30'을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출고한다.
EX30은 지난해 11월 국내에 최초 공개된 이후 이틀 만에 1000대 이상의 사전 예약을 기록하며 돌풍을 예고한 바 있다. 가격은 4945만원부터 시작하며 보조금을 적용하면 4000만원대 초반으로 구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가 가성비 전기차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금리·고물가 등의 여파로 국내 전기차 시장 포함, 완성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5만438대) 대비 28.1% 감소한 3만6273대에 불과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가성비 신차를 출시하거나, 할인 등을 통해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아는 현대자동차그룹 E-GMP 기반 기아의 세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3를 선보였다.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를 501㎞까지 늘렸음에도 가격은 4650만원, 보조금 수령 시 3000만원 중후반으로 책정됐다.
KGM은 지난달 택시 전용 모델에 이어 일반 모델까지 확장한 코란도 EV를 전기차 대중화 콘셉트에 맞춰 가성비를 앞세워 판매한다. 주행거리는 401㎞를 달성했으며, 152.2㎾ 전륜 구동 모터로 최고 출력 207마력을 발휘한다. 가격은 4028만원부터 시작해, 지역에 따라 보조금 수령 시 2000만원대로도 구입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아이오닉 5 부분변경 모델과 아이오닉 6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했음에도 판매량이 오르지 않자 추가 할인을 적용하는 중이다.
현대차의 올 3월부터 5월까지의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국내에서 아이오닉 5 판매량은 3월 1857대에서 5월 1590대로, 아이오닉 6는 936대에서 377대로 줄었다. 그러자 현대차는 이달 두 모델을 기본 할인에 특별 할인, 재고 할인 등을 더해 최대 800만~820만원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성비를 높이는 작업이 업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중"이라며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당분간 가성비 전기차가 각광받는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