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국민통합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정치적 지역주의와 경제불평등 극복을 제시했다.
통합위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24 국민통합 컨퍼런스 '국민과 함께하는 동행, 미래로 가는 동행'을 열고 정치적 지역주의, 경제불평등, 기후위기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의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했다.
컨퍼런스는 염재호 태재대 총장의 기조연설과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한국 정치의 지역갈등과 양극화', 유경원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의 '최근 사회 경제변화에 따른 불평등 영향과 대응', 정수총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기 위한 우리의 고민' 등 주제 발표로 구성됐다. 토론은 장원호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이현출 통합위 정치지역 분과위원장, 유병준 통합위 경제계층 분과위워장, 김석호 통합위 사회문화 분과위원,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 김홍기 한구경제학회 회장(한남대 교수), 문현주 한국환경정책학회 회장(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미래성장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기조연설을 한 염 총장은 '함께 만드는 뉴 노멀: AI시대와 패러다임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인공지능 시대 우리 사회가 마주할 변화를 소개하면서 "대량생산체제를 근간으로 구축된 20세기식 사고와 시스템을 과감하게 버리고, 21세기 AI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의 뉴 노멀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뉴 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표준을 뜻한다.
정치 지역갈등과 양극화 주제를 다룬 하 교수는 지역갈등 해소방안으로 지역정당 허용, 정당 및 선거제 개혁 등을 제시했다. 하 교수는 "정당법을 개정해 지역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역소멸 시대에 지역문제에 초점을 맞춘 지역 정당이 설립된다면 영·호남 투표 행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특정 현안을 놓고 지역 정당 간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당개혁 및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서는 "양대 정당의 공천개혁 및 지도부 선출방식 변경으로 영·호남 영향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할 만 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비례대표 제도와 관련해서는 "비례대표 비율을 높이거나 완전연동형제로 전환하면 인구가 적은 영호남이 수도권에 비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줄어들 게 된다"며 "문제는 지역소멸 시대에 수도권 대비 지방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냐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지역감정을 비롯한 정치인식은 아동·청소년기에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해당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사회화 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경제 불평등을 연구한 유 교수는 "젊은 계층에 빚을 권하기보다는 이들이 부담가능한 주택을 공급해줘야 한다"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더 귀해질 우리의 인적자산에 대한 투자를 사적 부채로 조달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공적 투자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후위기를 살핀 정 교수는 기후테크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기후테크는 '기후'와 '기술'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기여하는 모든 혁신기술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정 교수는 "기후테크는 기후위기 시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잇는 최적의 도구"라며 "새로운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해 무너지는 지역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고탄소 산업의 전환이 필요한 지역 또한 기후테크 육성이 새로운 지역경제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위는 이날 통합위 운영성과와 올해 과제, 소상공인, 청년주거, 노인 등 통합위 주요 특별위원회 운영성과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정치적 지역주의, 경제불평등, 기후위기는 각기 독립적인 문제인 듯 보이지만, 사실상 깊이 연결돼 있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통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지역갈등과 양극화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를 갈라놓았고, 국민들 간의 신뢰를 저해해 왔다"고 현 시대과제를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지역갈등의 유산은 젊은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등 인구 구조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에 새로운 형태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최근의 사회경제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경제의 변화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불평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통합위는 앞으로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더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러한 도전에 맞서고,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경기도 화성 배터리 제조공장 화재로 사망한 이주민 근로자에 명복을 빌고 애도했다.
글·사진=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4 국민통합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4 국민통합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정순둘 특위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4 국민통합 컨퍼런스에서 운영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