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유인촌 장관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배우·방송인 조합(이하 배우조합)의 프란 드레셔 회장 등 관계자들을 만나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미국 영상산업계 대응 현황을 살펴봤다고 30일 밝혔다.
미국 배우조합은 2012년 3월 미국 영화배우조합과 텔레비전·라디오 연기자연맹이 통합돼 설립된 곳으로 영화배우, 텔레비전 연기자, 성우, 아나운서, 댄서 등 문화예술인 약 16만 명이 소속된 노동조합이다.
회원들을 대표해 고용주 단체인 영화·텔레비전 제작자연맹(이하 제작자연맹)을 상대로 보수·복리후생·재상영분배금 관련 단체 협상을 진행하고, 1995년부터 영화·텔레비전 장르별 총 15개 부문에서 미국 배우조합상을 시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 제작환경 변화에 따른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7월 미국 작가조합과 함께 63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가 약 118일 만인 11월 9일 제작자연맹과 합의하며 파업을 종료하기도 했다.
특히 유 장관은 재상영분배금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미국에서 재상영분배금은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 영상저작물을 재방송하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2차 사용 시 배우·작가·감독 등에 분배되는 금액이다. 유 장관은 한국에서도 방송에 출연한 배우 등 실연자와 방송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재방송되거나 다른 플랫폼 등에 이용 허락돼 방영되면 재상영분배금과 유사한 형태인 재방송료를 받는 사례를 소개했다.
드레셔 회장은 "우리 조합은 배우와 방송인이 영화,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에서 1960년대 만들었던 보상 시스템을 바꾸어 배우들에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함한 새로운 플랫폼이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난 5월 영화계를 중심으로 창작자·제작사·플랫폼 등이 함께 참여하는 '영상물 보상 상생협의체'를 발족하고, 영화계·방송계 등 영상산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이들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전환 시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논의도 나눴다. 미국 배우조합은 이번 파업에 대한 협의에서 제작사가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 사용 시 배우의 동의를 얻을 것과 디지털 복제본의 수행 작업에 대해 실제 배우가 출연했을 때 받았을 금액을 기준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일종의 지침을 도입했다.
최근 문체부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계약 시 퍼블리시티권의 귀속을 명확히 했고, 퍼블리시티권의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유 장관은 "미국 배우조합과 제작자연맹 간의 이번 합의는 AI·디지털 전환 시대 퍼블리시티권 문제에 대한 선도적 모델을 만들어내 의미가 있다"며 "한국도 동일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유인촌(오른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프란 드레셔 미국 배우·방송인 조합 회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