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이차전지'로 불리는 4695 원통형 배터리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금양이 실적이 없는 탓에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후발주자인 금양의 성공 여부는 역시나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양의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은 BB+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조정은 이차전지와 자원개발에서의 대규모 자금 소요가 현금 적자를 심화시킨 것이 주요 요인이다.
1955년 국내 최초의 사카린 제조업체로 출발한 금양이 이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22년 4월이다. 당시 21700 원통형 배터리 셀 개발로 시작한 신사업은 지난해 9월 부산시 기장군 내 이차전지 공장의 착공까지 이어졌다.
기장공장은 내년 1월부터 21700의 양산을 진행할 계획으로 향후 4695 원통형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특히 금양이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4695는 내년 6월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만약 양산까지 성공할 경우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초 타이틀 얻게 된다.
금양은 이 같은 야심찬 계획에도 아직까지 실적은 없다. 기존 주력 사업인 발포제 부문의 매출액은 2021년 2176억원, 2022년 2028억원, 지난해 1520억원으로 지속 감소하는 와중에 배터리 관련 매출은 제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러한 상황을 등급 하향 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실적이 미비함에도 이차전지와 자원개발 등 신사업 추진에 따라 연구개발비 등 판관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차전지 사업은 신사업 초기 부족한 공급 레퍼런스로 매출 발생이 지연되고 가동률이 저하될 수 있으며 초기 제품 성능과 생산 이슈 발생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과 양산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차전지, 양극재, 광산개발 등 다방면의 대규모 자금 소요로 최근 현금 적자가 심화된 점을 꼬집었다. 금양의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잉여현금흐름 적자 규모는 234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몽골 광산기업의 연결 편입과 양극재 관계회사인 에스엠랩 지분 취득 등으로 2117억원을 투자하는 등 종속·관계 기업 출자로 인한 현금 유출 규모도 높다고 판단했다. 또 올 3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265.5%, 순차입금의존도는 38.9%를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장기적으로 신사업 관련 설비투자 등 자금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들의 성과 창출 시기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있음을 감안할 때 중단기 재무구조는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금양의 배터리 사업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진 혁신적인 사업이라 평가하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는 반면 아직 실적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높은 주가와 기업 가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금양은 평가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인데, 기술력이나 생산능력을 먼저 시장에 입증하기 위해선 소규모 양산이라도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을 테니 내년 양산이 신뢰성 확보의 시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양의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4% 떨어진 8만4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