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장점 줄어
용적률 높이는 방안 낸것도 한몫
정부의 여러 지원 필요성 주장도
용적률 높이는 방안 낸것도 한몫
정부의 여러 지원 필요성 주장도
정부의 잇단 재건축 규제 완화책 발표에 리모델링 사업의 장점이 줄어들면서 차라리 재건축으로 선회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단지들에서는 리모델링 조합 해산과 시공 계약 관련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갖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재건축의 걸림돌'로 여겨지던 안전진단 절차를 완화하며 주택 공급 의지를 보였다. 준공 뒤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는 아예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을 추진해오던 수도권 1기 신도시인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목련3단지(조감도) 우성아파트는 주민 내분으로 사업 진행을 중단한 상태다. 이달 말까지 리모델링 사업에 동의하는 주민의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은 종료될 전망이다.
이 단지에서도 리모델링을 사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리모델링 조합과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주민들이 맞서고 있다. 목련3단지의 경우 기존 용적률이 198%로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주민들이 일찌감치 리모델링 사업으로 방향을 정했던 터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등을 통해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재건축 추진 목소리가 커졌다.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5월 대의원회를 열어 이달 31일까지 리모델링 동의서 징구율(75%)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종료하기로 의결했다.
이 단지의 리모델링 시공사는 2015년 선정된 쌍용건설이다. 쌍용건설은 앞서 사업을 위한 무이자 대여금(61억원)을 조합에 지급했지만, 추가 대여금 지급은 중단한 상태다. 시공사 측은 목련3단지 조합이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면 차질없이 사업비 대여 집행을 하겠지만, 사전 협의 없이 계약해지를 추진하거나 재건축 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빌려준 사업비를 즉시 상환토록 하겠다고 입장이다.
1992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1층, 지상 14~20층 아파트가 지하 2층 지상 16~23층으로 탈바꿈할 예정이었다. 각세대의 전용 면적은 물론, 세대수도 902세대에서 1037세대로 늘어날 것이었다.
강촌마을14단지, 문촌마을16단지 등은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일산 신도시 단지들 사이에서도 재건축 전환 목소리가 커졌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을 두고 갈등하는 일은 1기 신도시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에서 지난달 초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준비위)가 출범했으며,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이 건축물을 철거하고 다시 건설하는 것이라면, 리모델링은 뼈대(골조)만 살리고 수선·증축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사업성이 높다고 여겨 선호한다. 주택 건설을 단기간 반복하는 재건축은 자원 낭비, 환경오염,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 등을 유발하는 만큼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 수명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아파트 평균 수명은 약 30년으로, 주요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정책은 재건축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하지만 단지별로 용적률과 입지 등 조건이 다른 만큼 사업성을 미리 따져 결정해야 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전부가 규제 완화나 용적률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건축 사업 시 의무인 기부채납(공공기여)과 임대주택 조성 등까지 고려해서 결정해여 한다"면서 "재건축보다 사업 진행이 빠르고 분담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리모델링 사업이 노후 주거 개선의 주요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재건축은 지구단위계획에서 정하는 용적률의 규제를 받는데, 이를 기준으로 친환경설계 등을 반영하면 20% 용적률 완화가 가능하고 공공시설·토지 등을 기부채납하면 20% 용적률 완화가 가능하다.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상한 용적률(제3종 일반주거지역 300%)까지 완화받으려면 증가 용적률의 50%까지 소형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리모델링 또한 재건축처럼 주택공급 효과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고 자원 낭비도 감소하는 것이 장점이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모델링은 국토계획법에 용적률 상한 규정이 없고 각 세대의 주거전용면적을 최대 40%까지 증축할 수 있다. 기부채납이나 소형주택 의무공급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면서 "단지 용적률이 180% 이하면 재건축, 200% 이상이면 리모델링이 더 적합한 것으로 본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상호 보완적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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