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25개월여 만에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수사를 이끈 주요 검찰 간부들의 탄핵소추안을 포함해 총 12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윤 정부 이전 역대 정부를 통틀어 국회에서 이뤄진 탄핵소추(노무현·박근혜 대통령, 임성근 판사 등 총3건)보다 많다. 의석수를 앞세워 탄핵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권은 표결 전 사퇴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 검사범죄대응 TF는 2일 국회 의안과에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관된 검사 3명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대상자는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엄희준 부천지청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민주당은 안 검사가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해 보복성 기소를 했다며 공소권 남용 혐의로 탄핵을 추진했다. 헌정 사상 첫 검사 탄핵이었지만 지난 5월 헌재에서 기각됐다. 손 검사는 '고발사주' 의혹으로, 이 검사는 '위장전입' 의혹을 이유로 탄핵소추 대상이 됐다. 이들 검사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해 헌재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희동·임홍석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했지만, 당내 이견이 있어 발의를 철회했다.
장관급 인사들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다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헌재는 그해 7월 "파면당할 잘못을 저지른 바 없다"며 기각했다.
지난해 11월엔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지난달 27일엔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새로운미래와 함께 김홍일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사퇴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대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일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기 전 자진 사퇴했고, 윤 대통령은 즉각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 탄핵소추안 의결로 인해 방통위가 마비 사태를 맞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윤 정부 들어 방통위원장이 야당의 탄핵안 추진 움직임에 사퇴한 건 두 번째다. 앞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도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취임 100일도 안돼 지난해 12월 사퇴했다.
채상병 특검법 등을 놓고 필리버스터와 거부권 행사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2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 채상병 특검법 상정에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로 맞대응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을 마치고 해병대원 특검법안을 상정하겠다고 말했다"며 "강행해서 안건 상정이 진행되면 해병대원 특검법과 관련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윤 대통령이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 15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21대 국회에서 14건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 집권 2년 만에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 행사 신기록을 세웠다.
호남 출신인 전 중진 의원은 "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협상인데 이젠 정쟁만 난무한다"며 "3류, 4류라는 평가조차 하기가 부끄럽다"고 탄식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김용민·민형배·장경태·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