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채상병특검법'을 본회의에 올렸다. 거야의 입법 독주를 저지할 대응책이 없는 집권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대응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국회 본회의에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추진하는 채상병특검법을 상정했다. 대정부 질문을 위한 본회의에서도 법안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주재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채상병특검법은 채 상병 1주기가 19일이라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어서 우 의장에게 상정을 요청했고 특검법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 명분 쌓기에 나섰다. 박범계 의원은 특검법 상정에 앞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박 의원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왜 거짓말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신 장관은 "거짓말한 적 없다"며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구체적인 것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전현희 의원은 신 장관이 과거 채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했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신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신분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 "이게 안타깝지만 손잡고 가다가 웅덩이에 푹 빠져서 안타까운 죽음을 했다"며 "그런데 이게 8명이나 다 (혐의자로) 처리할 만큼 어마어마한 군의 과오냐"고 말한 바 있다전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장관인데 장관 자격이 없는 발언이었다. 국민들께 사과하시겠느냐"고 요구하자, 신 장관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입법 독주'를 비판했다. 김승수 의원은 "요즘 우리 국회를 보면 민주 국가의 국회가 아닌 일당 독재국가의 국회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채상병 특검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민주당의 특검이 무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입법 강행을 막을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곧바로 필리버스터 준비에 들어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회동 후 "대정부질문을 하는 시간에는 기본적으로 안건 상정이 없다는 것이 20대, 21대 국회의 관례이고 오랫동안 지켜온 일종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장 중립 의무 준수하라' '의회주의 무시하는 편파 운영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항의했다.
민주당은 3일 '토론 종결권'을 활용해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시키고 그 직후 표결을 강행할 계획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개시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을 얻으면 토론을 끝낼 수 있다. 민주당(171석)에 조국혁신당(12석) 의석만으로도 토론 종결이 가능하다. 3일로 예정된 대정부 질문은 파행될 가능성이 크다.김세희·권준영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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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리에 피켓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