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 라투르
김환석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김환석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논설실의 서가] 만국의 녹색계급이여, `탈(脫)인간 문명`을 이룩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407/20240703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만국의 녹색계급이여, `탈(脫)인간 문명`을 이룩하라")
인류세에 이르러 기후는 더 이상 우리 '외부'에 있지 않다. 인간 활동이 기후를 변화시키고, 그에 대한 지구의 폭력적 반작용이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인류학자·사회학자·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1947~2022)는 인류세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려면 '인간'(humans)과 '비인간'(non-humans)의 뒤얽힘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기술과 장치 같은 것)의 수많은 결합으로 이루어짐을 발견했고, 그러한 통찰은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으로 이어졌다. 'ANT'는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서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과학지식이 만들어진다는 이론이다. 기술도 하나의 '행위자'로 보는 이 견해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위자'다. 18세기 발명된 직조기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사회 구조와 인간 노동의 본질을 재정의했던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ANT'는 과학기술학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새로운 존재론과 행위 원칙을 제시하며 '생태적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인용되는 라투르의 사상을 열 가지 키워드로 조망한다. 모든 저작 저변에 흐르는 '비환원'의 원리란 무엇인지, '코스모폴리틱스'는 어떠한 정치적 기획인지, '지구정치신학'은 우리에게 어떠한 통찰을 제공하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책은 수많은 연결망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의 진정한 현실을 이해하면서 탈(脫)인간중심적 문명을 이룩할 방법을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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