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미토콘드리아-EGFR 변형이 빠른 증식 원인
구조와 기능 변화시켜 에너지 비정상 생성..증식 유도
폐암, 갑상선암치료제로 활용 가능성..변종에도 효과
코로나19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대량 증식 원리를 새롭게 밝혀냈다. 기존 코로나19 표적 치료제뿐 아니라 폐암, 갑상선암 치료제 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내 향후 이들 치료제를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약물재창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성준 박사 연구팀이 인체 세포의 에너지 생성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와 세포 성장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이 변형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빨리 증식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는 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와 백신 관련 연구가 활발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인체 세포 내 칼슘 이온 농도를 높이거나 낮춰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한 이후, 짧은 기간 내 대량 복제를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선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내 진입해 일어나는 변화 중 세포의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 아데노신3인산(ATP) 효소 증가와 미토콘드리아 막전위 상승에 주목했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면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세포 소기관) 구조와 기능을 신속하게 변화시켜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만들어 냈다.
또한 세포성장 신호 활성에 중요한 EGFR 단백질의 변형을 유도해 바이러스 대량 증식을 유지하는 데 활용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로 인해 코로나 감염 시 바이러스가 대량 복제돼 주변으로 전파돼 대유행을 가져오게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EGFR 표적 치료제'가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아울러 EGFR의 성장 신호 활성을 제어하는 폐암 치료제 '다코미티닙', 갑상선암 치료제 '반데타닙' 등 12가지 FDA 승인 약물을 활용한 실험에서 모두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갑상선암 치료제인 반데타닙은 동물실험에서 다양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모두에서 항바이러스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준 화학연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대량 증식 원리를 규명한 연구로, 기존 승인된 치료제를 약물재창출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 억제를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새로운 치료법 제시와 미래 감염병 대응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포생물학·의약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신호전달 및 표적치료(5월)'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한국화학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해 미토콘드리아와 EGFR를 변형시켜 빠르게 대량 증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인체 침투 복제 원리 및 신속 대량 증식 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