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건강 문제로 직장을 그만뒀다.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했다. 그러다 수입이 일정치 않아 여러 곳에 돈을 빌려 다중채무자가 됐다. 매월 상환금액은 커졌다. 불법사금융업자는 A씨의 지인 2명에게 전화해 연체 사실을 알렸다. 대위변제를 요구했고, 일부 지인은 돈을 넣어줬다. 스트레스를 받은 A씨의 건강은 악화됐다.
채무당사자 본인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가족·지인 등 불법추심 피해를 입은 관계인으로 무료 법률서비스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사례의 경우 A씨의 지인까지 금융감독원에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2020년부터 불법사금융업자 등으로부터 불법 채권추심 피해(우려)를 입거나 법정 최고금리(연 20%) 초과 대출을 받은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현행 제도는 무료 법률서비스 지원 대상을 채무당사자로 한정한다. 당사자의 채무로 인해 불법추심 피해를 입은 가족·지인 등 관계인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9%가 불법추심을 경험했다. 불법추심 유형으로는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지인 추심)'가 72.2%로 가장 높다. 불법추심을 경험한 이후 생활상의 변화는 "전화받는 것이 두려워졌다"(78.9%), "가족을 보기 불편해졌다"(71.1%)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불법추심 피해를 입은 채무자의 관계인도 채무당사자에 준하는 무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한다. 채무당사자 1명 기준 최대 5명의 관계인을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채무자의 관계인은 △채무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자 △채무자의 친족 △채무자가 근무하는 장소에 함께 근무하는 자 등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채무자의 채무 사실을 제3자에게 고지하거나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등 관계인에게 법률상담을 실시한다. 소송 등이 필요한 경우 법률구조 신청 절차도 안내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채권추심자에게 대리인 선임 사실은 서면으로 고지한다. 해당 통지서에는 '관계인에 대한 연락금지' 문구를 추가한다.
신청은 금감원 홈페이지 불법금융 신고센터 내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 지원 신청'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로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은 "채무자의 채무 사실을 제3자에게 고지하거나, 변제 요구하는 것도 당연히 불법이나, 그간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추심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다"면서 "불법추심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분들은 더 이상 주저하지 마시고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를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