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빼앗겼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나서며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번엔 모녀 측과 손을 잡으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가운데, 임종윤 사내이사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며 법적 대응을 위한 공식입장을 준비 중이다.
4일 임종윤 사내이사 측 관계자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것은 맞지만 체류 이유는 알수 없다"면서 "곧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개인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이 모녀인 한미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6.5%(총 44만4187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과 함께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모녀와 신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약 35% 지분에 직계가족과 우호 지분까지 더하면 이들은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한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의 키맨인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 체제를 바꾸기 위해 변심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측은 "(주가 하락 등) 혼란과 위기에 대해 송 회장과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한미약품그룹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면서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를 도입해 한미가 글로벌 제약사로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이 형제들에게서 등을 돌리며 전문경영인 체제 개편을 준비한 이유는 상속세 문제 해결책이 뚜렷이 제시되지 않은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고 임성기 회장이 2020년 8월 별세하면서 한미사이언스의 임 회장 지분 2308만여 주(당시 지분율 34.29%)가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주현·종훈 등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이들은 약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 부담을 안게 됐다. 이들은 5년간 분할해서 납부하기로 했고 지난 3년간 이를 납부했으나, 아직 납부 세액이 절반가량 남아 있다. 형제가 주총에서 모녀 측을 이긴 후에도 뚜렷한 경영 행보없이 해외 사모펀드에 지분매각을 타진했다는 얘기만 시장에 흘러나와 주식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주주총회 이후 신 회장과 어떠한 중요한 논의도 하지 않아 형제들에게 등을 돌렸다는 게 신 회장 측의 주장이다.
현재 임종윤 이사는 출장을 이유로 해외에 계속 머물러 있으며 귀국을 준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 모녀 측은 지난 3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6.5%인 444만여 주를 신 회장에게 매도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계약으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 측은 전문 경영인 등을 새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포함하기 위한 임시주총 개최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8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사내이사로 선임됐음에도 바로 이사회가 소집되지 않으면서 경영진의 내부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임종윤 사내이사 측은 "이번 송 회장의 지분 매각은 상속세 해결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간다는 것은 오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임종윤 이사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이사진으로 참여하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보고 받지 못한 상황에서 주식매매계약 체결 관련 공시가 올라온 것을 두고, 모녀 측이 한미사이언스 공시를 위반했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 측은 "상황을 파악하면서 공식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 한미약품 그룹, 임종윤 사내이사 측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