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하계포럼
주영창 교수, 연구보호체계 지적
"유출 위험 속 격차 극복이 중요"
주영창 교수, 연구보호체계 지적
"유출 위험 속 격차 극복이 중요"
주영창 서울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는 4일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0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술경영인 하계포럼'에서 "우리나라는 강국은 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대국은 아니다. 예산이 아무리 많아도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갖고 '뉴 투 더 월드', 세상에 없던 혁신을 만들어낼 R&D를 하려면 국제 협력이 필수다. 협력과 보안이라는 반대의 개념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는 2022년 기준 112조원 규모로, 세계 5위 수준이다. GDP 대비 R&D 투자비중은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는 여전하고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거센 상황이다. 이 가운데 2012년 미국 대비 기술 수준이 6.6년 뒤졌던 중국은 2020년 3.3년으로 우리나라와 동일선상에 섰다. 우리나라 기술수준은 미국 대비 80.1%로 약 3.3년 뒤져 있다. 이런 격차를 극복하려면 국제협력을 통한 성과 창출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제 연구협력 과정에서 국외 기술유출 우려가 크다 보니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하버드대 찰스 리버 교수가 중국의 재정지원 사실을 숨기고 연방정부의 연구자금을 수취한 혐의로 '간첩행위'로 피소돼 작년 4월 유죄판결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중국 국적자나 중국 정부지원 수취 연구원이 연구자산 탈취 혐의로 처벌받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KAIST 교수에게 징역 2년형이 내려진 바 있다.
연구보안은 연구자산 유출 시도 등 악의적인 행동을 막고 신뢰 가능한 연구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체계다. 이를 통해 국내 연구자와 연구자산을 보호해 생태계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강도 높은 연구보안 조치를 하고 있다.
주 교수는 "기술이 완성되기 전에 연구와 관련해 어떻게 보안을 확보할 것인지 방법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의 의견 교류를 어디까지 보호하고 처벌할 지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협력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과학기술 관련 투자규모가 커지면서 국제 공동연구가 늘어나다 보니 이슈의 중요성이 커졌다. 다른 나라와 완전히 개방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신뢰 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고 유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연구자산 유출 사고는 상호 불신을 초래해 협력에 치명적인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보안이 애매할 경우 국제 연구의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주 교수는 "2022년 G7 SIGRE가 제시한 연구안보 8대 원칙을 준수하고 공동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신뢰와 책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대비하는 체계가 필수"라고 말했다. G7 SIGRE 연구안보 8대 원칙은 △글로벌·국익 균형 △개방성·연구안보 유지 △협력과 대화 △사전조치 △위험 비례 △공동책임 △신뢰와 책임 △적응 등이다.
다만, 산업보안과 같은 수위의 강력한 처벌 조치는 피하는 게 좋다고 주 교수는 말했다. 산업보안은 완성된 기술을 유출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처벌을 중점으로 하지만, 연구보안은 미완성되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타국과 교류하는 과정에서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보안이 암을 수술하는 것이라면 연구보안은 건강검진과 같이 사전 단계에서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한편 이공계 인재가 감소하는 것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라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많은 자본과 인력 투입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며 "인구 감소에 따라 이공계 인재가 감소한다는 예측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더 이상 예전처럼 인재가 많지 않을 것이란 현실을 직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나리오에 효과적으로 잘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인공지능(AI) 전환을 빠르게 하거나 동남아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며 "또한 어릴 때부터 맞춤형으로 핵심 인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