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과 지배구조 선진화 등의 과제를 내년에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학계와 여당, 대통령실 등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30%까지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달 말 발표를 앞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이 내용이 담기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3일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를 위해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과 주주총회 기능, 이사 책임 구체화 등의 보완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로드맵이라는 명칭에 맞게 이번 발표는 개별 안건마다 추진 시기를 제시했는데, 상속세 등은 '2025년부터'로 명시돼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조심스럽게 상속세 완화 방안을 검토해왔고 세법 개정안 마련을 앞두고 최근 논의가 구체적이고 빠르게 진전되는 상황이었다. 현행 최고 50% 수준인 상속세율을 30% 내외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피상속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과 최대주주에 대한 세율 20% 할증 폐지도 논의됐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외국에 비해 매우 높다"며 "OECD 평균이 26% 내외로 추산되는 만큼,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4일 조세재정연구원이 주관한 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에서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속세 세율 조정 및 유산취득세 전환과 함께 2000년대 들어 국내총생산(GDP)이 3.5배 성장한 만큼, 과세표준도 3배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경부 세제실장을 지낸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는 지난 1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상속세, 왜 자본이득세로 가야 하나' 세미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로 기업의 상속이 어려워져 지속적인 일자리 및 소득 창출에 애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도 "일부 기업들이 상속세를 내다가 지분이 30%씩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징벌적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속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 로드맵이 '2025년부터'로 제시된 데 대해 기획재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22대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과 예산안 가결은 전에 없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표적인 부자 감세로 지목되는 상속세 개편안은 '도발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25년부터'라는 문구가 내년부터 추진인지, 내년에 시행인지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