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 이하 특검법)이 용산행 열차를 탔다.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37일 만이다. 이번에도 거부권이 예고된 상태다. 정국이 격랑에 빠져드는 가운데 향후 특검법 재의결에 필요한 '여당 이탈표 8석 확보'(전체 200석 찬성)를 두고 여야 간 수싸움이 예상된다.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앞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송부받은 뒤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미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국회로 특검법이 넘어와서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300명 전체 의원이 출석한다는 가정하에 200명이 가결표를 던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여당 이탈표 8석 확보를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108석)을 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원내 7개 정당(192석)은 모두 채상병특검법을 찬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재적 의원 295명에 197표를 확보해야 했던 21대 국회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엔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표 180표에서 17표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1주기인 오는 19일 이전 특검법 재의결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긴장상태다. 7·23전당대회 이후 원심력이 커지면서 특검법 찬성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제 삼차 추천 채상병특검법'을 제안한 이후 당 일각에서도 전향적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이 생기는 양상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특검법 표결을 앞두고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와도 다시 찬성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의 이런 기류를 염두에 두고 한 후보가 제안했던 '추천 주체' 변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던지고 있다.
특검법을 재표결 하기 전 정국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극한 대치에 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마저 연기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로텐더홀에서 열린 '국회의장 및 사법테러 규탄대회'에서 불참의사를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불참을 건의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960년 5대 국회 때는 대통령 선출 이전이어서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7대(1967년)·10대(1979년) 국회 당시에는 국무총리가 축사를 대독했다. 여당 역시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 다만 우 의장이 개원식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여야가 입장 차이를 좁힐 경우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장실은 "개원식 일정은 추후 확정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며 내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할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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