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은행권 수탁잔액중 3조 흡수
눈에 띄는 것은 하나은행의 약진이다. 하나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수탁고는 3조원에 육박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의 1분기 유언대용신탁 잔액이 3조3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물량을 하나은행이 빨아들이는 셈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영업점에서는 유언대용신탁 일반형 상품과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규로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는 경우 사후수익자를 지정하게 돼 있다. 이런 금액을 유언대용신탁 수탁고로 집계하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 살아생전부터 자산을 금융사에 맡기는 것이다. 고객이 운용을 지시한대로 금융사는 따라야한다.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할 때 부수계약으로 특전금전신탁을 활용한다. 특금신탁은 고객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면서 특정 기업 주식이나 기업어음, 회사채 또는 부동산 개발 등에 투자해달라고 지정·운용하는 상품이다. 크게 보면 유언대용신탁에 특금신탁이 포함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주가연계신탁(ELT), 퇴직연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하러 온 손님에게 유언대용신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언대용신탁에는 귀속권리자(사후수익자)에 기재란에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사후수익자는 고객이 사망할 경우 맡겨놓은 재산의 수익을 받을 사람을 말한다.
이 경우 영업성과지표(KPI)상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에서는 2021년 쯤부터 유언대용신탁 상품에 대한 성과를 KPI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의 영업이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언대용신탁 중 '보급형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유사 상품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후수익자 기재란에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넣으면 다양한 상품이 유언대용신탁으로 분류된다는 추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유언대용신탁 시장에 나선 신영증권을 비롯해 시중은행 등 후발주자들은 하지 않는 방식이다. 후발 주자들이 잔고가 뻥튀기 됐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성장하는 시장이다보니 금융당국에서도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전을 통한 유언대용신탁과 사후 수익자를 지정하는 경우 일반형 유언대용신탁으로 분류하고 잔액에 포함했다"면서 "신규로 유언대용신탁을 하는 경우 사후수익자를 지정하게 돼 있다. 이런 일반형 상품과 맞춤형 상품을 신탁금액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최근에는 은행 임원들 사이에서 하나은행의 영업 방식을 따라 보급형 상품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과 수탁고가 크게 차이 나면, 고객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언대용신탁에 포함되는 특정금전신탁 규모만 놓고보면 시중은행 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의 특금신탁 수탁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31조4178억원. 작년 말에 은행권 최초로 30조원을 넘어섰고 수년째 선두를 지키고 있다. 같은 기준 신한은행의 특금신탁 규모는 29조2511억원, 국민은행은 23조6649억원, 우리은행은 21조2372억원 등이다. 이중 작년 말에 비해 수탁고가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 1곳이다. 홍콩H지수 ELT 판매 여파로 보수적인 영업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이 밝힌 특금신탁 관련 이익은 올해 1분기 189억원(분기보고서상 2762억원)이다. 하나은행은 고령화를 대비해 기존 유언대용신탁 외에도 유언장 보관, 집행, 유산정리 서비스 등 다양한 상품·서비스로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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