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단번에 선출됐다. 제22대 총선 참패로 물러난 지 103일 만에 사령탑으로 복귀한 것이다. 그동안의 대세론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변화와 단결을 아우른 '건강한 당정관계로의 변화'라는 기대를 모으게 됐다.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은 한동훈 신임 대표가 당원선거인단·국민여론조사 합산 득표율 62.84%(총 32만702표)의 넉넉한 과반 득표를 달성하면서 2차 결선 없이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를 내세웠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득표율 18.85%(9만6177표)로 2위, 마찬가지로 반한(反한동훈) 색채가 뚜렷했던 나경원 의원은 14.58%(7만4419표)로 3위에 그쳐 대조됐다.
친윤(親윤석열)계 주류 표심이 한명의 반한 주자에게 집중되지 못했고, 한 대표가 당심·민심 공히 63% 안팎의 압도적 득표를 한 만큼 '네거티브 일색' 선거전략이 역효과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한 대표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경선 국면에서 지난 1월 한 당시 비대위원장이 '명품백 수수 논란' 관련 김건희 여사의 5차례 문자를 받았지만 무시했단 정황이 폭로됐고, 문자 일부에서 포착된 '댓글팀' 운용 주체가 논쟁 대상이 되기도 했다.
4·10 총선 이전 '윤·한 갈등'이 재차 부각되고, 이후 소통 불발 정황도 '친윤·반한' 후보와 진영 차원의 공세 소재가 됐다. 또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역할론을 두고 설전하던 나 의원으로부터 장관 때 패스트트랙 3법 저지 국회 충돌 사건 재판 '공소 취하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토론회 도중 폭로해 '도화선'이 늘었다. 야권에선 이른바 댓글팀 의혹을 띄우고, 공소 취소 부탁을 부정청탁과 동일시하며 사법리스크로 연결지으려 했다.
한 대표는 '당심 이반'을 우려해 제1야당 시절 투쟁 폄훼 의도가 없었다며 공개 사과하기도 했었다. 이외에도 채 해병 순직 특검법 '제3자 특검 추천' 대안 등을 내세웠던 만큼 대통령실과의 관계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 캠프 총괄상활실장을 맡아온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3자 특검 추천 방식에 더해 조사 대상에 최근 권성동 의원이 얘기한 공수처와 특정언론 정언유착·정치기획 수사 의혹을 넣어야할 것"이라고 타협적 발언을 했다.
표심 3분의1이 '반한'인 만큼 지도부 구성도 '친한 일색'은 아니게 됐다. 진종오 의원이 합산 득표율 48.34%(24만874표)로 청년최고위원직을 거머쥐었지만, 최고위원 선거에선 '한동훈 소울메이트' 장동혁 의원만이 20.61%(20만7163표) 득표율 선두로 입성했다. 범(汎)주류에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18.70%(18만7964표)로 2위, 인요한 의원이 17.46%(17만5526표)로 3위, 마지막으로 득표 5위이지만 여성 유일 입후보한 김민전 의원이 낙점됐다.
한 대표로선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원회 의장 임명 등을 통해 최고위원회 9인 중 5인을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변화와 단결을 계속 고심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자폭 전대' 과열 양상에 사과하면서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하셨다"며 "저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맡겨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는 것도 한동훈호(號)의 숙제다. 한 대표는 '변화'를 역설하면서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지라는 것, 외연확장" 3가지를 강조했다. 또 "정권교체를 위해 뭉쳤던 다양한 생각과 철학을 가진 유권자 연합을 단시일 내 복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유능하단 점에서 우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제가 앞장서 최고위원들과 함께 더 경청, 더 설명, 더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풀뿌리 정치 재건을 실천하겠다며 "그것은 결국 국민의힘이 중도와 수도권, 청년으로 확장해 나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여론 주도권과 지지연합 복원을 강조한 셈이다. 한 대표는 '미래' 이슈에도 집중하겠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원전 등 에너지·방산 산업 등 대한민국의 우상향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과제들을 제시하고 이끌겠다"면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민생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현하겠다"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