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가 이용자의 예치금을 이용한 대가를 지불하는 '이용료율'의 적정 수준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9일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2% 수준으로 굳어지는 듯 했지만, 한 거래소가 기준금리보다 높은 4%의 이용료율을 제시하며 논란이 빚어졌다.
금융당국이 해당 이용료율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뒤 결국 거래소는 이전 수준으로 이용료율을 되돌렸다. 다만 법에서 정한 '합리적인 수준'의 이용료율이 어느정도 인지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업계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원화거래소 대표를 소집해 이용료율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현재 거래소들이 제시한 이용료율의 산정 방식이 합리적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라는 취지다.
당국이 점검에 나선 것은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거래소들이 예치금 이용료율을 경쟁적으로 제시하면서다.
1위 사업자 업비트는 당초 연 1.3% 수준의 이용료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가, 2위 빗썸이 예치금 금리를 2.0%로 공지하자 2.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업비트가 이용료율을 높이고 한시간여 뒤 빗썸은 업비트보다 0.1%포인트(p) 높은 연 2.2% 수준의 예치금 금리를 제시하며 맞대응했다. 업비트와 빗썸의 경쟁을 지켜보던 코빗은 예치금 금리를 기존 연 1.5% 수준에서 1.0%p 올린 연 2.5%로 높였다.
잠잠해지는 듯 했던 이용료율 경쟁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빗썸이었다. 빗썸은 전날 예치금 관리·운용을 통해 발생하는 연 2.0%의 이자에 추가로 연 2.0%를 더해 최종 연 4.0%의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사수신행위 여지와 가상자산법에서 정한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루도 되지 않아 이를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법 시행 초기 이같은 혼란이 더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소별 판단기준에 따라 적정 이용료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 역시 이를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면서 혼란은 더 가중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용료율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산정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미"라며 "금감원이 이용료율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합리성 판단 여부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변동에 따라 운용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하루아침에 1.8%p가 올라가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합리적인 이용료율을 숫자로 제시할 경우 행정지도가 될 수 있어 가이드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산정 방식이 합리적인지는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도 "관련 법규에 따르면 운영 수익과 비용을 고려해 정하도록 돼있는데 빗썸이 제시했던 4%는 운영 수익에 얼마를 더 보태주겠다는 것"이라며 "은행의 예치금 수익을 넘긴 것이 규정의 취지에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예치금 운용에서 수익이 5%가 났고, 그 중 4.8%를 이용료로 지급하겠다고 한다면 인정할 수 있지만, 1% 수익이 났는데 4%를 더 붙여 5%를 주겠다고 한다면 이는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결국 사업자들이 운용 수익과 비용을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