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석 도박극복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
도박중독, 개인의 문제 넘어
가정·직장·사회 연쇄적 문제
빠르게 치유하는 것이 중요
도박중독, 개인의 문제 넘어
가정·직장·사회 연쇄적 문제
빠르게 치유하는 것이 중요
![[오늘의 DT인] "나날이 심각해지는 청소년군 중독 문제 인식하고 국가가 대응 나서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407/2024072902102131044001[1].jpg "[오늘의 DT인] \"나날이 심각해지는 청소년군 중독 문제 인식하고 국가가 대응 나서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도박극복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방문석(63·사진) 국립교통재활병원장(서울대 교수)은 "불법 도박을 완벽하게 예방하고 차단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불법 온라인 도박이 우리 사회에 매우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방 위원장은 "우선은 어려서부터 도박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하고, 도박 중독을 발견하면 빠르게 치유 프로그램으로 들어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또 아이들이 부모의 카드와 계좌, 간편결제 등을 이용해 도박자금을 만드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불법 도박업자들이 쉽사리 이익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불법 도박 사이트를 빠르게 차단하고, 계좌를 동결하는 등 불편을 계속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위원장은 올해 2월29일 출범한 통합위 도박극복프로젝트 특위를 이끌고 있다. 통합위 사회·문화분과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도박은 잘 모르지만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특위를 맡게 돼 어깨가 매우 무겁다"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진 도박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하면서, 이제 도박중독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 직장, 사회로 연쇄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도박중독을 우리 사회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 대응할 필요가 커져 도박극복프로젝트 특위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 위원장은 특히 "급성장하는 불법도박 시장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단속이 어렵고 접근이 쉬운 온라인 불법 도박으로부터 미래 청소년 세대를 보호하는 게 매우 시급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불법도박을 근절하고 청소년 세대 등이 도박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도박 중독자는 드러난 통계로만 237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특히 청소년군의 온라인 도박중독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당국이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검거된 2925명 중 35.4%인 1035명이 청소년이었다. 초등학생 2명, 중학생 228명, 고교생 798명, 대학생(19세 미만) 7명 등 10대 초·중반 학생들의 불법도박도 비중이 상당하다.
방 위원장은 "청소년의 경우 성숙하지 않은 뇌가 도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뇌로 성장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도파민 중독이 된 상태로 성인이 되기 때문에 성인이 된 뒤 도박을 접하고 중독이 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며 "지금 세대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나, 초등학생이라도 온라인 불법 도박을 할 수 있다. 너무 접근성이 좋아진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짚었다.
방 위원장은 특히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을 게임처럼 인식해 친구들끼리 공유하고, 불법 도박 조직이 청소년을 이용해 다단계 영업방식을 벌여 불법도박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예방치유원이 2022년 청소년 도박실태 조사를 한 결과 4.8%(위험군 3.9%, 문제군 0.9%)가 도박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불법 도박으로 하루에 2억원 상당을 잃은 청소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방 위원장은 "청소년들끼리 불법도박에 서로를 끌어들이고, 자연적으로 사채를 지게 하고, 이를 빌미로 여러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연쇄 작용도 심각하다"고 했다.
현 시스템으로는 불법 도박업자들을 단속하고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방 위원장의 진단이다. 방 위원장은 "대부분의 불법 도박업자들은 서버를 캄보디아 등 외국에 두고 있고, 도메인도 여러 개를 확보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도박이 합법인 곳도 있고, 일부는 외화벌이로 생각해 규제도 안 한다. 결국 불법 도박 사이트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즉각 차단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박극복프로젝트 특위는 전문가, 관련 부처 등의 논의를 거쳐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을 결정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을 전자(서면) 심의로 바꾸도록 의견을 냈다. 현재는 대면으로 심의를 하다보니 시정요구까지 한달 가까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 단속의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입법화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방 위원장은 "이것만으로 온라인 불법 도박을 뿌리뽑을 수는 없지만 전자(서면)심의와 의결만 돼도 업자들을 귀찮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업자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특위는 도박업자들에게로 가는 자금을 차단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불법도박도 신고를 받으면 보이스피싱과 같이 즉각 불법 계좌를 차단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가상계좌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게 특위의 판단이다. 신고 포상금 같은 제도도 활용해 업자들끼리 서로 (경쟁자들을) 신고해 공멸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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