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벤츠 화재 조사한 결과
中 CATL 아닌 파라시스 탑재
"완성차가 정보·선택권 줘야"
中 CATL 아닌 파라시스 탑재
"완성차가 정보·선택권 줘야"
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 'EQE 350+'의 카탈로그에는 배터리 용량만 88.8kWh로 명시돼 있고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다. 계약서나 홈페이지에서도 설명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EQE 350+에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고 해당 차를 구매해서다. 지난 2022년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벤츠 전기차 아키텍처·E 드라이브 개발 총괄은 "EQE 배터리 셀은 CATL이 공급한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는데, 이번 화재로 사실과 다름이 증명됐다.
온라인에는 "당연히 CATL 배터리인 줄 알았다",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는 처음 듣는 기업인데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글로벌 1위가 CATL이라 구매했던 것"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파라시스는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파라시스의 글로벌 배터리 출하량은 2.6GWh로, 시장 점유율이 2.4%에 그친다.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를 발표할 때 통상 배터리 제조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이는 공급망의 기밀유지조항(NDA)로 묶어두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거나, 특정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 공개를 꺼리는 완성차 업계의 전략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배터리 제조사 정보 기업 비밀로 유지돼 그간 통상 공개하지 않았다"며 "내연기관차도 엔진이나 주요 부품에 관한 제조사 정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왔고, 자동차 부품 3만개를 카탈로그에 모두 명시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미국 정부에서 공급망 조사를 위해 주요 부품의 국가와 기업을 명시하라고 했지만 기업 비밀로 취급돼 결국 흐지부지됐다"며 "FTA 자유무역협정 때도 원산지 규정 때문에 조달하는 국가는 표기하게 돼 있어서 부품 조달 기업까지는 밝히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벤츠 EQE350+ 화재 사고처럼 소비자들에게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되지 않으면 이후에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인 만큼 정확한 정보 제공이 되도록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역시 소비자 선택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휴대폰은 프로세서가 인텔 인사이드나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 엑시노스 등 인지에 따라 제품을 결정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조재필 유니스트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반드시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며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카탈로그 기재 여부는 완성차업체에 달려 있는데, 정확하게 밝히지 않아도 블로그 등에 정보는 퍼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잘못된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퍼지면 더 큰 문제"라며 "통상 완성차 업체들은 2개의 배터리회사와 공급계약을 맺는데 궁극적으로는 같은 전기차 모델이라도 소비자들에게 배터리 선택권을 주는 방향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 서부경찰서는 이날 발화점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의 차주인 40대 A씨와 아파트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과실 여부를 따지기보단 차량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을 만한 실마리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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