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이은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자 오는 12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한다. 내달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에는 '배터리 실명제'를 포함해 전기차 화재 안전 기준 강화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보조금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진행한다. 정부는 이 회의를 토대로 내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선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국토부는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EQE 350+'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는 중국업체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돼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EQE 350+에 중국 업체지만 글로벌 1위인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고 해당 차를 구매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벤츠 전기차 아키텍처·드라이브 개발 총괄은 "EQE 배터리 셀은 CATL이 공급한다"고 이례적으로 밝히기도 했는데, 이번 화재 사고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울러 EQE 350+의 카탈로그와 계약서, 벤츠코리아 홈페이지에서도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배터리 제조사를 밝히는 것은 의무 사항이 아닌 완성차업체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이다.
조재필 유니스트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반드시 제대로 전달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통상 완성차 업체들은 2개의 배터리회사와 공급계약을 맺는데 궁극적으로는 같은 전기차 모델이라도 소비자들에게 배터리 선택권을 주는 방향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화재 안전 기준을 정립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 세세하게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 국내에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대한 법률'에 따라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는 의무화됐지만 소방 규제는 미비한 상황이다.
한 예로 '전기사업법'에서 전기자동차용 충전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을 두고 있을 뿐 소방법령에서는 관련 시설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전기차 화재 대응에 효과적인 질식소화포 지원 사업도 작년 말에야 지자체에서 처음 실시됐다.
아울러 배터리의 과충전 예방을 위한 보조금 확대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화재 상당수가 완충 뒤에도 차에 충전기를 꽂아둬 과충전되며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과충전 예방을 위해 전력선통신(PLC)모뎀이 장착된 완속충전기 설치 시 4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거나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정보 공개를 하는 전기차에 구매 보조금을 더 주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화재가 날 수 있지만 충전을 80%까지만 하면 99%는 화재가 예방된다"며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을 100%가 되지 않도록 하고 80%까지만 제한하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정부 차원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