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과반의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해 김태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대행 중인 방통위는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 결정에 대해 "이사 임명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결정에 대해 결정내용과 이유 등을 검토해서 즉시항고 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냈다.
또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무효 등 소송에 적극 대응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점을 소명할 것"이라고 알렸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2일 임기가 만료됐지만 교체를 거부한 야권성향의 권태선 이사장 등 방문진 이사 3명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이날 인용했다.
재판부는 "임명처분으로 인해 신청인들(현직 이사 3명)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본안인 임명처분 취소 소송 판결까지 기존 이사들의 임기를 무기한 연장하는 셈이다. 방통위 설치법이 위원 5인 체제를 전제했다고 해석하면서 2인 체제 의결을 문제삼기도 했다.
"방통위법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기본적·원칙적으로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회의를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본안소송을 통해 2인의 위원들의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지명 2명이 아닌 국회 몫 3명의 방통위원 추천이 '단독 과반의석' 민주당의 거부로 장기간 지연된 실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로서의 지위는 민법상 법인의 이사 등에 비해 더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고 봤다. 반면 방문진 이사 공모 탈락자들의 효력 정지 소송은 행정6부에서 기각됐다.
앞서 방통위는 위원장·부위원장 취임일(7월31일) 방문진 이사 총원 9명 중 여권 추천 몫의 6명을 임명했다. 방문진 야권이사 3명(권태선·김기중·박선아)은 법원에 신임 이사진 임명처분 취소 소송과 동시에 효력정지 신청했다. 이와 별개로 조능희 전 MBC플러스 대표이사 등 3명이 임명 취소·효력정지 신청 소송에 나섰었다.
여야에선 즉각 재판부 결정을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12명은 성명을 내 '2인 위원 결정이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는 재판부 판단을 부각하며 "탁월하고도 정확한 판단"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방통위 5인체제 복원'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MBC 장악을 멈춘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방송4법' 논의 여당 동참 △김태규 부위원장 사퇴 △공영방송 이사진 재선임을 요구했다. 반면 과방위 여당 의원들은 "서울행정법원 12부는 임기 만료된 현재 이사진의 가처분은 인용하고 같은 법원 6부는 새 임기 이사 지원자들 신청을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가 끝난 이사들의 가처분을 받아들인 까닭은 방문진법 6조2항(후임이 임명되지 않을 경우 임기가 연장)"이라며 "이사 선임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탈락한 경쟁자들이 가처분 신청이 주목받아야 할텐데 오히려 임기가 끝난 사람들 가처분이 인용됐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방통위 항고와 본안소송의 조속한 판단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위원장 이상휘 의원)도 현직 이사와 이사 공모자 간 행정소송 결과가 엇갈린 데 대해 "법원이 현 MBC 방문진을 사수하겠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결정은 아닌지 다시 한번 다퉈야 할 상황"이라며 "행정기관인 방통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이뤄진 인사권 집행이 사법부 결정에 의해 효력이 침해됐다"고 비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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