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당무에 복귀 일성으로 '민생'을 강조했다.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미뤄진 뒤 좀처럼 일정을 잡지 못하던 여야 대표 회담 역시 민생이 키워드인 만큼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화폐 개정안을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생 경제도 그렇고 세상 사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실질임금은 줄고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며 "2분기 소비 판매가 14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했다. 이어 "추석을 앞둔 국민들의 걱정이 그야말로 한가득이다. 곶감, 대추, 밤, 제수가 작년보다 20% 이상 올랐다고 한다"며 "어떤 방법이든지 써서 국민과 골목 경제와 민생을 반드시 살려야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역화폐는 소비 진작 효과도 있고 적게나마 국민들의 소득 지원 효과,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며 "그리고 다시 그것이 경제 활성화를 통해서 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제 경험으로는 지금까지 만든 여러 정책 중에 가장 효율적인 재정 정책인 동시에 경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뒤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가 민생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도 이목이 쏠린다. 양당 모두 민생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관련 법안 처리 원칙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26일 민생 법안을 별도로 분리해 처리하는 이른바 '민생 패스트트랙'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의제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대표 회담을 흔드는 요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특별한 진척은 없다"면서 "의제와 형식 측면에서 처음부터 '열어놓고 대화하자'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한 대표 스스로 본인의 입지를 좁히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상병 특검법 문제도 그렇고 만나는 게 필요한가, 만나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당연히 드는 상황"이라며 "한 대표가 정치적 결단 의지가 필요하고 그래야 회담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제 조율로 실무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자 회담 결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추후 협의가 더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다음 달 1일이 회담 날짜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대표들이 다음 달 1일 날 만난다"고 전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일에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다음 달 1일과 8일을 이야기하긴 했다"며 "추석 전에 민생 얘기를 더 하고 싶은데 구체적인 성과물을 만들려다 보니까 얘기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회담 의제에 의료 공백 사태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안으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대통령실에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거절했으나 이 대표는 "불가피한 대안"이라며 한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가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고 한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에서도 한 대표의 제안을 백안시하지 말고 그 방안을 포함해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심도 있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