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 경기도에 사는 무주택자 정모(29)씨. 정 씨는 21평짜리 아파트에서 전세살이 하고 있다. 전세값은 3억원으로 1억원 가량 전세대출을 받았다. 정 씨는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된다는 말을 듣고 대출금이 줄어드는 것 아닌지 당황했다. 정 씨가 은행에 문의하자, 담당자는 이번 정책이 전세대출과 관련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정책이 9월 시행되면서 주택 관련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은행 대출 실무부서에서는 DSR로 인해 전세대출 차주가 피해 받는 일을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스트레스 DSR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를 줄여 가계대출을 조이는 대책이다. 집을 사고파는 문제와 연관된 것이다.
올해 2월 26일부터 1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됐고 내달부터 한도를 더욱 축소하는 2단계가 실시된다. 은행 실무진에서는 소득의 6~7배가량을 계산하면 대출 가능한 한도를 대략적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대책을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소득의 5~6%가량으로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4.5% 가정)로 은행에서 분할상환 대출을 받을 경우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2억8700만원, 비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3억200만원이다. 1단계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일괄적으로 3억1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다. 2단계부터 한도가 각각 수도권 2800만원, 비수도권 1300만원 줄어든다.
같은 조건으로 주기형 고정금리 주담대를 받는다면, 수도권 한도는 3억1500만원, 비수도권은 3억2000만원이다. 1단계 대비 수도권은 1000만원, 비수도권은 500만원 각각 감소한다.
수도권 한도 감소폭이 비수도권에 비해 큰 이유는 수도권 주담대에 한해 1.2%포인트(p)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은행 주담대·신용대출 과 2금융권 주담대에 0.75%를 적용하는데, 수도권에 대해선 이보다 0.45%p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투기를 감안해 수도권 대출은 유독 어렵도록 만든 것이다. 수도권 집값이 여타 지역 대비 천정부지 치솟은 점을 감안하면,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차주만 집을 사야한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7억원짜리 서울 집을 사려면 집값의 50% 이상 현금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 DSR은 은행 신용대출에도 적용된다. 주담대를 최대 한도로 받고 신용대출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2금융권 신용대출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은행을 찾아 주담대를 받으려면 2금융권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등을 모두 고려해 한도가 제한되지만, 2금융권을 찾아 신용대출을 받을 때는 주담대가 얼마나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금리가 올라갈 경우 DSR은 더욱 축소된다.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득대비부채상환비율(DTI)을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DTI는 이자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을 내주기 위한 준거 지표다. 이보다 큰 개념이 DSR이다. DTI는 이자만 보고, DSR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따져본다. 은행 실무적으로 DTI보다 DSR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다.
이번 한도는 이미 집을 산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에서도 기존 주담대를 강제로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이사를 가면서 새로 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적용받는다. 주담대의 담보물인 '집'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담대 만기가 도래해 같은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연장의 개념으로 봐서 바뀐 DSR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금리가 싼 타행으로 주담대를 옮기려면 바뀐 한도 규정을 적용받는다.
한편 LTV의 경우는 이번 대책과 무관하다. LTV는 집 자산의 가치 대비 대출 받을 수 있는 비율을 따지는 것이다. 은행 실무부서에서도 대출을 내줄 때 DSR을 보조한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정씨 사례의 경우 LTV는 규제지역 무주택자에 해당돼 50%다. 1억5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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