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온디바이스(On-device) 인공지능(AI)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저전력 D램인 LPDDR 기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그간 데이터센터 중심이었던 AI 수요가 애플 아이폰16 출시를 기점으로 온디바이스 AI로 크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온디바이스 AI가 확산하면서 스마트폰용 저전력 LPDDR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9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애플파크에서 아이폰16 신제품을 공개한다. 아이폰16은 애플 스마트폰 가운데 최초로 AI 기능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AI스마트폰은 자체 AI 서비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에 비해 데이터 처리가 많고 전력 소모도 크다. 이 같은 AI스마트폰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속도는 빠르고 두께는 얇은 D램 탑재가 필수적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 AI 기능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그간 데이터센터 중심이었던 AI 시장 수요가 아이폰16 출시를 기점으로 B2C(기업 대 소비자)인 온디바이스 AI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온디바이스 AI와 AI 스마트폰과 수요가 늘면서 LPDDR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온디바이스 AI 개화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경쟁을 본격화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12나노급 LPDDR5X D램 12·16GB(기가바이트) 패키지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이 선보인 해당 제품의 두께는 0.65㎜로 현존하는 12GB 이상 LPDDR D램 중 가장 얇다.
삼성은 업계 최소 크기 12나노급 LPDDR D램을 4단으로 쌓고 패키지 기술, 패키지 회로 기판 및 EMC(반도체 회로 보호재) 기술 등 최적화를 통해 이전 세대 제품 대비 두께를 약 9% 감소시켜 열 저항을 약 21.2% 개선했다. 얇아진 두께만큼 추가로 여유 공간 확보를 통해 원활한 공기 흐름이 유도되고, 기기 내부 온도 제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온디바이스 AI는 발열로 인해 기기 온도가 일정 구간을 넘기면 성능을 제한하는 온도 제어 기능이 작동한다. 삼성이 개발한 이 제품을 탑재하면 발열로 인해 해당 기능이 작동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어 속도, 화면 밝기 저하 등의 기기 성능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두께보다는 속도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9.6Gbps(초당 9.6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용 D램 'LPDDR5T'의 16GB 패키지를 상용화했다. 현재 이 제품은 실제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는 LPDDR 중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하이닉스는 온디바이스 AI용 낸드 상용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SK히이닉스는 지난 4월 모바일 낸드 솔루션 제품인 ZUFS(Zoned Universal Flash Storage) 4.0'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ZUFS 4.0은 SK하이닉스가 온디바이스 AI 상용화에 맞춰 준비한 낸드 기술이다. 이 제품은 3분기 글로벌 기업이 내놓은 AI 스마트폰에 이미 탑재되고 있는 추측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내년 갤럭시S25와 아이폰17 등이 출시되면서 더욱 성장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AI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삼성과 SK의 저전력 D램 경쟁이 본격화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삼성전자가 개발한 12나노급 LPDDR5X D램. 제품 두께가 0.65㎜에 불과해 AI스마트폰 발열 관리에 효과적이다. <삼성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