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이 3일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공동 발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제3자 추천 방식을 반영한 것으로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성준 민주당·정춘생 조국혁신당·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제출했다.
이 특검법은 한 대표가 주장한 제3자 추천 방식과 야당에 추천 권한을 부여했던 앞선 법안을 절충한 게 특징이다. 대법원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그중 2명을 선택하는 게 골자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 4명이 모두 부적절하다고 보일 경우 야당이 다시 추천권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비토권도 담았다.
다만 한 대표가 요구했던 제보 공작 의혹은 수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보 공작을 포함하려면 국민의힘 측에서 발의하면 된다"며 "관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도 수사할 수 있는 내용이 이미 들어가 있다. 특검이 범죄라고 판단하면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4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로 채상병 특검법을 넘긴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안과 제3자 추천안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며 "법사위 등 전체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9월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3자 추천 방식에 찬성하는 한 대표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정쟁용이자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하기 위한 음모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결과 발표를 본 뒤 국민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때 특검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 원내대표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데다 야당의 비토권까지 들어간 만큼 앞서 발의했던 채상병 특검법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은 두 차례 부결·폐기된 바 있다.
원조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을 겨냥해 "법률적 야바위"라며 "야당이 특검 쇼핑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미 공수처가 수사를 하고 있다"며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박성준(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춘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야5당이 공동발의한 순직해병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