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경우 대기 오염에 오랫동안 노출될수록, 여성은 도로교통 소음에 장기간 노출될수록 불임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덴마크 암 연구소의 쇠렌센 연구팀은 지난 2000~2017년 사이에 두 명 미만의 자녀를 둔 30~45세 덴마크 성인 90만 3906명을 대상으로 환경의 영향에 따른 성별 간 난임의 원인을 조사해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최근 '영국의학저널(The BMJ)'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최근 수십 년간 해당 지역의 대기 오염과 소음 수준을 수년간 관찰했다. 특히,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대기오염 입자인 PM2.5의 초미세 먼지 농도를 살펴보고, 참가자 주소지의 도로교통 소음 수준을 비교, 추적했다.
연구팀이 참가자들을 18년간(평균 4.3년) 추적 관찰하는 동안 1만 6172명의 남성과 2만 2672명의 여성이 불임 진단을 받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오염(PM2.5의 초미세 먼지)에 5년간 평균적으로 더 많이 노출된 남성은 불임 진단을 받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24% 더 높았다.
대기 중 오염된 물질을 흡입하면 화학물질이 혈류로 유입돼 호르몬을 교란시키거나, 난자와 정자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이런 연구 결과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여성의 경우 대기오염이 불임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대신 또다른 요인, 즉 소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5년 동안 평균 10.2데시벨 더 높은 도로교통 소음에 노출될 여성은 불임 위험이 14% 더 높게 나타났다.
교통 소음과 건강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면 몸 안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고, 내분비 시스템에 교란이 일어나 여성 호르몬과 난자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미국 대도시에서 어린아이 수가 '충격적으로' 감소했다는 조사가 나오면서 진행됐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국 뉴욕시에선 지난 2020년 4월 이후 아동의 수가 18%나 감소했다. 또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에선 같은 기간에 각각 15%, 14% 줄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전 세계 가임부부의 12%가량이 난임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임 부부 7쌍 중 1쌍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얘기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도 최근 5년 간 새 불임 진료를 받는 인원이 매년 5.8%씩 늘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덴마크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선 불임의 전반적인 원인을 파악하진 못하고, 단지 연관성을 발견했을 뿐"이라며 "향후 연구에서 우리의 결과가 확인되면 대기 오염 및 소음 완화가 출산율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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