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김건희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향한 검찰의 수사 잣대, 윤석열 대통령을 겨눈 '계엄 준비설'과 '탄핵 추진'을 놓고 격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용 선동이라는 여당의 반발과 정부를 향한 의료대란 책임론 공세도 이어졌다.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질의에서 "김 여사 앞에만 서면 여당, 검찰, 권익위(국민권익위원회),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 왜 작아지냐"며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가 누구냐. 국민들은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완전히 가짜뉴스고 선동"이라며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인데, 권력서열 1위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또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김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문자 의혹을 거론하며 "중대한 선거개입을 한 것이다. 이 자체가 국정농단이라 생각하는 데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박 장관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의 의혹 제기만으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또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들이 죽어간다. 대통령 눈치보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고 한 총리는 "응급실 뺑뺑이는 10년 전부터 엄청나게 있었다"고 받아쳤다.
한 총리는 "2000년도에도 '의료 파업'이 6차례나 있었지만 응급실·중증환자실 이런 곳은 의사들이 다 지켰다"며 '파업'임을 부각, 의료계를 비판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물가, 은행 금리, '의료 대란'은 못 잡고, 민주당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 때려잡는 데만 금메달 따서 되겠냐"며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냐"고 공세를 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김 여사를 겨냥해 "주가조작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보낸 문자 폭로 등) 전당대회 개입, 총선 개입까지 했다. 대통령이 가서 공약으로 지역 공약을 마련하겠다고 얘기했다"며 "국정농단이라고 본다"고 가세했다. 나아가 "국민들의 분노가 윤석열을 끌어내릴 상황이 됐다"고 탄핵을 시사했다.
반면 국민의힘 첫 질의자인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무려 18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 수사를 지연시키고 검사를 겁박하려는 의도"라며 10월11일로 예상되는 이 대표의 일부 혐의 1심 '판결 불복'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신동욱 의원도 22대 국회 100일간 12건의 탄핵안에 납득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반(反)국가세력 비판 발언, 최근 안보라인 인사에 민주당이 꺼낸 '계엄준비설'을 두고도 권 의원은 "계엄령 괴담"이라고 했고, 신 의원은 "무책임한 선전선동"이라고 성토했다. 장동혁 의원도 "26년 전 광우병 사태"를 이은 괴담 정치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어떻게 계엄을 정치적 편의성을 위해 감히 거론하나"라고 호응했다.
야권의 의료공백 책임론 공세에 여당에선 신 의원이 "당장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지장이 있는 부분"을 대응해달라고 한 총리에게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 집권기 '사위 특혜채용 의혹' 수사에 관해선 신 의원은 "단순히 정치 보복이라고만 보긴 어렵다"고 했고, 박 장관은 "검찰은 특정인 정치보복을 행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는 민주당에서 박 의원이 "장인(문 전 대통령)이 사위(장녀 문다혜씨의 전 남편)가 놀고 있으니 생활비를 주다 사위가 취직하니 생활비를 안줬는데 이게 뇌물이냐"며 "'디올 백' 300만원짜리도 최재영 목사가 안 사줬으면 윤 대통령이 사주니까 윤 대통령도 뇌물죄로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김 여사를 연계해 따졌다.
한기호·윤선영기자 hkh89@dt.co.kr
박지원(전광판 내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전광판 내 왼쪽) 국무총리에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