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J, EU 집행위 판단 유효하다고 최종 판결...이자 포함 시 143억유로
아일랜드 야당 측, 거둔 세수 지출로 경기 부양 주장하나 경기 과열도 우려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의 130억유로(19조원) 규모의 체납 세금을 징수하게 되면서 세금 사용처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전날 유럽연합(EU) 최고법원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아일랜드 정부가 수십년간 애플에 130억 유로 상당의 불법적 법인세 혜택을 제공했다는 EU 집행위원회의 판단이 유효하다고 최종 판결했으며 재판부는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제공한 조세 혜택을 세금으로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EU 집행위가 아일랜드 정부에 애플로부터 체납 세금과 이자를 포함한 143억유로(21조원)을 징수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번 체납 세금 징수를 피하기 위해 애플과 함께 소송을 진행하면서 지출한 법적 비용은 1000만달러(133억원)에 이른다고 FT는 보도했다.
그간 낮은 세율로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며 애플 법인세 혜택의 정당성을 주장한 아일랜드 정부는 원치 않는 돈방석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일랜드 정부는 자국 내에 사업장을 둔 많은 글로벌 빅테크·제약 회사들로부터 거둬들인 법인세 수입 증가에 힘입어 86억유로(약 12조원)의 재정 흑자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를 적극적으로 지출해 경기를 부양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과도한 재정 지출에 따른 경기 과열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패스컬 도너휴 아일랜드 공공지출개혁부 장관은 이번에 거둬들인 세금을 '한 푼도 남김없이' 써야 한다는 야당 측의 요구를 비판하며 "훗날을 위해 얼마간 돈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아일랜드 당국은 미래 연금과 기후·인프라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1000억유로(약 147조원) 이상 규모의 국부 펀드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판결을 계기로 EU 당국이 회원국 정부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 적용하는 법인세율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사에 들어가면서 아일랜드에 유럽 허브를 설립하며 이익을 챙겨온 다국적 기업들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김영욱기자 wook95@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