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석학 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원장과 부원장의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 등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회의와 출장을 부풀러 골프를 치고,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이어 총괄부원장의 성희롱과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이창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최근까지 직원들에게 성희롱과 사적 심부름 강요 등 갑질을 일삼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전체 예산 86억원 중 69억원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는 과학기술계 석학 단체이다. 이 총괄부원장의 갑질에 일부 직원들은 공황장애로 병가를 냈고, 고용노동부에 갑질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고용부에 요청한 진정서에 따르면 이 총괄부원장은 지난 4월 한림원 복도 회관에서 남직원과 지난해 5월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 총괄부원장은 채용 결과 남성이 아닌 여성이 입사하게 되자, 여러 직원과 점심을 먹던 중 여성 채용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며 성차별적 발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총괄부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근무 시간 중 개인 병원 진료를 위해 관용차 사용을 요구했고, 개인 자가용 수리와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등 개인 업무도 지시했다. 해당 직원들은 이 총괄부원장의 계속된 갑질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병가 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총괄부원장은 "다소 직원들에게 듣기 불편한 언행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언행으로 직원들에게 피해를 준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민 의원은 "과기한림원은 기관 예산 절반 이상이 정부 지원 예산임에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원장이 임기 후 이사장이 되는 관행도 문제"라며 "한림원이 제대로 된 석학기구로서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 관리 감독이 가능하도록 임원 구성 등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과학기술한림원은 최근 원장과 총괄부원장 등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회의와 출장을 부풀려 골프, 관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과기정통부과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